김영회(충청리뷰 고문)

남미 브라질의 빠라나주의 주도(州都)인 꾸리찌바(Curitiba)는 대서양 연안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평균고도 900m로 아열대 지방인 이곳은 총면적이 432㎢로 우리 나라의 대전과 비교해 약 100㎢가 작지만, 인구는 160만으로 약간 큰 규모입니다.

꾸리찌바는 제3세계의 이름 없는 도시에 불과하지만 이 도시에 대한 국제사회의 찬사는 자못 화려하기만 합니다. ‘타임’등 세계적 언론매체들과 국제환경단체들은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현명한 도시’, ‘꿈의도시’, ‘희망의 도시’ ‘존경의 도시’, ‘인간적인 도시’라고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꾸리찌바는 어떤 도시이기에 그 같은 찬사를 받는 것일까? 무엇이 전 세계의 이목을 이 도시로 모아지게 하는 것일까? 긴 설명이 필요 없이 꾸리찌바야 말로
‘인간이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시민의 도시’라는 점입니다.

자가용이 없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버스 중심의 싸고 편리한 교통 체계, 보행자 천국, 충분한 녹지, 공간의 효율적인 사용, 쓰레기 처리와 재활용, 어린이와 가난한 이를 위한 복지, 문화 유산의 보전, 주택 보급과 고용 등에서 꾸리찌바는 다른 도시들이 지혜의 보물창고로 삼을 만한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도시가 원래부터 그처럼 살기 좋았던 곳은 아니었습니다. 꾸리찌바의 도시혁명은 1971년 자이메 레르네르(Jaime Lerner·현 빠라나주 주지사)라는 걸출한 인물이 시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는 199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21년간 시장을 역임하면서 투철한 신념과 철학, 강력한 추진력으로 오늘 날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꿈의 도시’를 이룩한 것입니다.

그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실험으로 도시의 얼굴을 바꿨습니다.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 개발로 온통 망가졌던 곳이 지금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꾸리찌바 매력의 핵심은 생태환경과 인간, 문화, 역사가 평등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점, 도시의 공기를 캔에 담아 1달러 짜리 관광상품으로 팔고 있다는 사실에서 꾸리찌바의 환경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꾸리찌바를 꿈의 도시로 만든 것은 레르네르시장 혼자의 힘만은 아니었습니다. 시의 전 공무원, 전문가,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도시혁명을 이루어 낸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이해관계에 얽힌 일부 시민들의 반발과 저항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레르네르시장은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을 통해 그것을 극복했습니다.

보행자 천국인 ‘꽃의 거리’, 폐품과 음식물을 맞바꾸는 ‘녹색교환’프로그램,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나뭇잎가족 캠페인’, 시민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작은 학교’‘환경개방대학’등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특히 꾸리찌바의 색깔 버스는 빠르고 안전하고 또 저렴한 세계 최고의 교통 체계로 꼽히고 있습니다. 오는 7월부터 대대적인 버스체계를 개편하는 1천만 도시 서울의 교통정책은 다름 아닌 꾸리찌바에서 벤치마킹 해 왔다고 합니다.

14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는 아주 뜻깊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사단법인 주민참여도시만들기지원센터가 300여명의 청주시내 각 동 주민자치위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 가운데 역사적인 출범을 한 것입니다.

도시공학 전문가, 교수, 시의원, 공무원, 기업인, 건설인, 변호사, 일반시민 등 뜻 있는 이들이 주축이 되어 전국에서 최초로 닻을 올린 주민 참여지원센터는 앞으로 행정기관과 주민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각종 지원과 노하우를 제공해 아름다운 도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적극 나서리라고 합니다.

과거 관치시대의 도시행정이 일방적이고 시혜적(施惠的)인 것이었다면 자치시대인 오늘의 행정은 관청과 주민간의 쌍방향 소통에 의한 상호 합의와 협력에 의한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자치사회가 되려면 ‘주민의,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행정’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우리 고장은 우리 스스로 가꾸어야 합니다. 한국의 꾸리찌바, 쾌적하고 살맛 나는 도시, 그것이 모든 시민의 꿈이요, 이상입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