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회 변호사, 법무법인 청주로

▲ 김준회 변호사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금년 6월 4일에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장 및 교육감 그리고 지방의회 의원 및 교육위원 선거를 앞두고 수많은 정치지망생들이 분주하게 출마준비를 하면서 이들 예비 후보자들이 여는 출판기념회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선거법상 선거 90일 전인 금년 3월 5일까지만 출판기념회를 열 수 있는 관계로 지난해 연말부터 금년 1, 2월 사이에 출판기념회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책을 통하여 본인의 철학과 포부를 홍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모금한 책값은 정치 후원금과 달리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며,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초대하여 세 과시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예비 후보자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선거운동의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출판기념회에 등장하는 책은 출마를 위하여 급조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후보자의 철학과 소신이 담긴 책은 손으로 꼽을 만큼 드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예비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참으로 다채롭다.
현직에 있는 사람부터 전직단체장, 중앙정부의 관료 등으로 성공하여 고향 사람들의 부추김으로 등떠밀려 출마를 고려하는 사람, 기초단체 의원 또는 교육단체장 출신으로 기초단체장 또는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는 사람, 정치적인 기반도 없이 선거 때만 되면 돈키호테식으로 출마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등등.

물론 출마여부는 이들의 자유이고 출마자들에 대한 심판은 오로지 유권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자신에 대하여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 스스로다.

지방자치선거에서 지역을 위하여 어떠한 관심을 가진 적도 없으며 지역사회를 위한 어떠한 봉사도 하지 않은 사람이 본인의 출세욕만을 위하여 출마하는 것이나, 단체장으로서 이미 충분한 임기를 누리며 뜻을 펼치고 지역을 위하여 봉사하여 명예롭게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가 새로이 도전하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나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주역에서 ‘적절한 때에 물러나는 것은 황소의 가죽과 같이 질긴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執之用黃牛之革 莫之勝說)’ 라고 설파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당선되었을 경우의 달콤한 유혹을 극복하고 주변의 출마권유를 물리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물러날 때에는 용기와 결단이 있어야 하고 시기를 놓쳐서는 그동안 이루어 놓은 업적조차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고 노래한 시가 있고, 우리 선조들이 항상 유종의 미를 강조하였듯이 은퇴이후의 삶에 대하여 준비를 한 후에(肥遯), 남들을 배려하면서 주위에서 칭찬받으며(嘉遯), 때를 잘 살펴서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는 것(好遯)이 최상의 물러남이고, 물러날 때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물러나는 것(遯尾)이 최악의 물러남이라는 주역의 가름침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정확하게 들어맞는 지적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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