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공천제 폐지 불투명·안철수 신당 등 여파

오는 6·4지방선거를 앞두고 4년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진보진영 시민후보’의 세력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청주시내 진보 시민사회진영의 인사들에 따르면 충북도내에서 시민사회진영을 대표해 6·4지방선거에 나설 인물이 김병우(57) 충북교육발전연구소 상임대표 한 명에 불과하다.

김 상임대표는 4년전 충북도교육감 선거에서 낙선했으나 34.19%를 득표한 이후 줄곧 재도전을 향한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오고 있고, 정당공천제가 없는 상황에서 진보시민사회진영의 대표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김 상임대표는 지난 11일 청주 선프라자에서 ‘신나는 학교’가 진짜 경쟁력이다’라는 책의 출판기념회를 갖고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 진보진영 시민후보 서로 안나서

그러나 김 상임대표를 빼고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에 출마하고자 하는 시민사회 인사는 거의 없다.

그동안 줄곧 진보진영의 후보로 꼽혀온 이두영 청주경실련 사무처장(47), 송재봉 충북시민재단 상임이사(46), 염우 전 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46)등 ‘3두 마차’가 모두 출마에 부정적이다.

이들은 ‘경실련 규정상 출마 6개월전에 사퇴해야하는 시점이 지났다’(이두영 사무처장), ‘충북시민재단 운영에 힘을 쏟겠다’(송재봉 사무국장),‘내년에 환경련 사무처장에 복직하겠다’(염우 전 사무처장)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이중 한 인사는 “아직까지 지방선거에 대한 시민진영의 참여방식에 대한 논의가 저조해서 충북지역에서 시민후보를 내세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김병우 소장의 도교육감 선거에 시민사회진영의 역량을 결집하는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사회 일각에서 현실정치의 참여포기를 통한 시민사회운동의 정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 환경운동단체 관계자는 “시민운동이 시민운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정치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게 시민사회계의 흐름”이라면서“그러나 낙선으로 개인적인 명망에 흠집이 날 것을 우려하는 일부 인사들이 지방선거 도전을 주저하고 있는 것은 시민운동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 공천폐지 불투명·안철수신당 여파

충북지역 진보시민진영의 현실은 남기헌 충청대학 교수(54·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청주시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남 교수는 “시민진영에서 힘을 합쳐주면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출마를 해야하는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흔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청주시장 시민후보를 낸다는 것은 불투명하다. 한 시민단체 임원은 “시민사회진영에서 힘을 모으기가 쉽겠느냐”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또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불투명하고, 안철수 신당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정치적인 상황도 진보시민진영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염우 전 사무처장은 “이미 시민사회계는 사회복지, 환경, 교육, 보육 등에서 전문가적인 위치에 있는 인재들이 많다”면서 “공천제도가 폐지된다면 시민사회공동의 후보를 표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의 인기가 당도 만들어지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당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어지면서 무소속 시민후보를 택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등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에 시민후보가 도전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충북시민재단 등 거버넌스를 만들어 놓은게 오히려 권력감시와 견제를 해야하는 진보진영의 동력을 빼앗는 역효과가 일부 있는 것 같다”면서 “ 시민진영이 민주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인도전, 청주외 지역 움직임 주목

이런 상황에서도 지역민들에게 각인된 일부 시민활동가들이 선거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완희(41) 두꺼비생태공원 사무처장의 경우 청주 산남동 생태환경운동의 경력을 밑바탕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진천참여자치시민연대 등 군 단위에서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의 출마가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것도 4년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유재윤 진천참여자치시민연대 부지부장은 “우리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수한 인사들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 진출하자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출마인사들은 조만간 알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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