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실상’ 이란 단서를 붙인 것은 지난해 기자회견은 담화문만 발표하고 질문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방의 발표회장이지 기자회견장이라 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언론인들은 박 대통령과 기자들의 일문일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방송을 지켜봤다. 하지만 많은 언론인들은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선 질문 기자 선정에 있어 편향성이 뚜렷했다. 연합뉴스-MBC-동아일보-매일경제-대구일보-뉴데일리-채널A-세계일보-중부일보-YTN 기자들에게 질문기회가 주어졌다. 통신사는 관제, 신문방송은 ‘보수’ 일색의 매체였고 이른바‘진보’ 성향의 언론사는 단 한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그래도 보는 눈이 있는데 구색맞추기로 진보매체 어디 한곳은 기회를 주겠지’ 싶었다.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 크게 다가왔다.

더구나 일부 기자들의 질문은 취재가 목적인 지 대통령 심기 살피기가 목적인 지 의아스러웠다. 첫 질문자인 연합뉴스 기자는 ‘1년 소회’를 묻는 질문을 했고, 채널A 기자는 ‘퇴근 후 관저에서 뭐하고 지내냐’는 질문을 던졌다.

첫 질문을 부드럽게 시작한 ‘1년 소회’는 그나마 이해한다고 치자. 1년만에 국민 앞에선 대통령에게 ‘퇴근후 관저생활’을 묻는 것은 참 ‘거시기’하다. 이에 박 대통령은 “보고서를 보면서 장관 및 청와대 수석 등과 수시로 통화하며 이것저것 결정하고 나면 밤늦은 시간이 되곤 한다”고 대답했다.

“국정의 책임을 맡은 사람은 취미로 하는 일과 국정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많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질문이 사전에 취합됐다는 사실에 비춰 대통령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질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를 본 이정현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답변이 끝날 때마다 ‘질문하실 분들 손을 들라’고 했다. 사전에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와 순서가 다 정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한 셈이다. 또한 외신기자 질문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청와대에서 외신기자 클럽 소속 기자 10명을 초청했는데 질문한 2명은 별도로 초청한 외신기자라는 것.

그래서 일부 외신기자들은 “청와대가 우리를 들러리로 세운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했다고 한다. 실제로 화면을 보면 ‘별도로 초청하지 않은’ 외신기자들이 계속 손들었는데도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결국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기자회견이라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연극’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잘 짜여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보도한 지상파 방송3사의 뉴스는 점입가경이었다. 6일 KBS MBC SBS는 메인뉴스에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내용을 재방송 수준으로 편집해서 내보냈다. 대통령 발언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고 야당의 반응을 여당의 반응과 함께 전한 리포트가 유일하다.

3사 가운데 SBS는 이날 <8뉴스>에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관련 리포트를 8개나 배치했다. ‘재방송 수준’이란 비유가 결코 과장이 아닌 근거다. KBS MBC는 같은 날 메인뉴스에서 각각 6개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SBS는 지난달 31일 서울역 앞 고가차도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분신한 고 이남종 씨 사건을 메인뉴스에서 단 한 차례도 보도하지 않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에 하나마나한 질문을 언제까지 봐줘야 하는 건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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