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선거개입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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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선거개입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01.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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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용 교육감 정당행사 참가, 직원들에겐 “공무원 정치적 중립 훼손 문책” 엄포
이기용 교육감이 새해를 맞아 가면을 벗고 민낯을 드러냈다. 지난 4일 새누리당 청주상당 당원협의회의 신년 인사회를 겸한 상당산성 환경정화 활동 현장에 모습을 나타낸 것. 다음날 지역신문에는 정우택 당협위원장, 서규용 전 장관, 남상우 전 청주시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크게 실렸다. 이 교육감이 정당 행사에 공식 참여한 첫 사례였다. 지난 한햇동안 정치적 속내를 감추고 광폭행보를 보이다 마침내 해가 바뀌자 눈치와 체면도 던져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틀뒤인 6일 도교육청 간부회의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특정 후보자 지지와 줄서기 등을 절대 금지하고 정치적 중립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불필요한 오해나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에는 엄중히 문책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이 따로 없다. 어떤 신문은 교육감의 유언묵행(儒言墨行)이라 꼬집었다. 즉 선비의 말을 하면서 묵자의 행동을 하는 ‘말따로 행동따로'인 셈이다.


뒷말이 불거지자, 자신의 새누리당 정당 행사 참여는 “지인 몇 명으로부터 인사라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연락을 받고 간 것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게 과연 교육계 수장다운 해명인지 초등학생의 변명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더구나 지난 연말 진천 산깊은 곳에 자리한 교육시설에 도내 교육장, 교육기관장을 모아놓고 “우리는 하나다, 말안해도 다안다, 끝까지 함께 한다”고 외쳤던 사람이 누군가. 이번에도 “비서가 써 준 건배사라서 그냥 읽었을 뿐이다.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둘러댈 것인가.

사실, 이 교육감은 진천 청명학생교육원 술판·도박판 의혹 취재과정에서 본보 기자의 면담을 피하고 취재질의서 답변조차 거부했다. 이후 교육부장관 방문시 ‘가짜원장'을 내세운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취재요청도 거부했다.

신문방송이 뒤따라 일제보도했지만 교육감은 직접적인 해명도 사과도 없었다. 오히려 본보의 단독보도에 대한 물타기 작업을 벌인 흔적이 엿보인다. <충청리뷰>의 보도는 ‘광고를 주지 않은데 대한 보복 기사’라는 식의 악의적인 소문이 나돌았다. 도교육청이 이기용 교육감 3선 취임이후 광고를 집행하지 않은 것은 맞다. 2000년 선거에서 경쟁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써서 교육감 심기가 불편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본보에서는 광고 집행중단에 대해 어떤 형태의 어필도 한 적이 없다.

심지어 수년전부터 집행해온 청주 산당산성 가족산행 행사 보조금 500만원을 작년에 300만원으로 줄였을 때도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담당 공무원의 곤혹스런 표정에 무슨 시비를 하겠는가? 하지만 예산 집행내역서를 확인해 본 결과 정반대였다.

2012년 언론사 행사지원액은 1억6100만원이었지만 2013년엔 2억5400만원으로 60%이상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액 예산 속에서 충청리뷰 행사보조금은 감액시킨 것이었다. 특히 TV방송사의 경우 신규 2건에 대해 2500만원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 홍보를 강화하고 비판적 매체의 예산을 옥죄는 선거 대비용 예산편성의 전형인 셈이다. 도교육청은 자라나는 미래세대를 키우는 지역의 백년대계가 걸린 기관이다. 교육감 선출이 주민직선제로 바뀌더라도 정당정치가 개입된 단체장 선거와는 질적으로 달라야 한다.

하지만 충북교육계는 정당보다 먼저 지방선거 바람에 휩쓸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마의 뜻을 굳혔다면 공직 사퇴시한까지 버티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교육계의 특성상 조직과 동료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기용 교육감의 경우 3월초까지 현직을 유지한다면 선거 3개월전까지 교직원 인사권을 쥐게 된다. 특히 18일로 예정된 이 교육감의 출판기념회는 현직 교육공무원들이 참석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렇치않다면, 본인이 엄단하겠다는 특정후보 줄서기를 스스로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에 어떻게 답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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