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 관리소홀과 아이템부족으로 단발성 논란

제천시가 최근 수년 동안 한국방송(KBS), 서울방송(SBS) 등 국내 메이저급 지상파 방송 드라마와 유명 영화의 촬영지로 잇따라 선정되면서 신규 관광 상품 개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행정 당국의 촬영장 관리 소홀과 후속 아이템 부족으로 단발성에 그치고 있어 영상을 테마로 한 종합적인 관광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천시는 지난 2000년 3억 원의 예산을 KBS에 지원해 청풍호반 1만 2000여 평의 부지에 수군 관아 4개 동, 초가(민가) 20개 동, 망루 2개 동, 선착장 1기, 선박 4척 등 고려 시대 개성의 예성강 벽란도 포구를 재현한 태조 왕건 드라마 촬영장을 건립했다.

시는 이듬해인 2001년에는 SBS에 20억 원을 지원해 청풍문화재단지 확대 개발 지구 내 약 6000여 평의 부지에 약 130여 동(관청가 13동, 육의전 20동, 기와 및 초가객주 8동, 제지소 5동, 어시장 20동, 양반가를 비롯한 기생집, 중인촌, 빈민촌 등 60동, 성황당, 성루) 규모의 세트물을 설치, SBS대형사극 ‘대망’(극본 송지나?감독 김종학)의 주 촬영장소로 활용하는 등 청풍호반 관광권과 연계한 테마형 관광 상품 기반 구축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양 방송사의 드라마 촬영장 주변에는 호반의 작은 민속촌으로 불리는 청풍 문화재단지와 동양최고,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청풍호반 수경분수(최고 162m)가 자리해 자연경관이 빼어난 금수산, 동산, 국립공원 월악산 등과 연계한 중부권 최대의 복합 관광 단지로서의 위상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청풍호에 위치한 망루, 선착장, 선박 등 KBS 태조 왕건 세트장의 경우 드라마 촬영 이후 시와 방송사 측이 시설 관리를 소홀히 해 선박 2척이 훼손된 채 호숫가에 방치돼 있고, 망루와 선착장도 형체조차 분간할 수없는 흉물로 전락해버렸다. 관광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촬영 세트장이 오히려 ‘관광 제천’의 꿈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풍호변 관광권에 대한 관광객들의 평가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주말을 맞아 청풍호반 관광에 나섰다는 이동희 씨(35?공무원?경기도 수원시 권선구)는 “수원의 경우 도심 한복판에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한 화성이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서는 3월부터 11월까지 일요일마다 공연 한마당 행사가 열리고, 장용영 수위 의식, 혜경궁 홍씨 진찬연, 정조대왕 친림 과거 시험, 한여름 궁궐캠프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져 내국인은 물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필수 여행 코스로 각광받을 정도”라며 “제천의 경우 화성 못지 않은 훌륭한 관광 상품들이 산재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보전하거나 체계적인 이벤트로 발전시키는 데 소홀한 듯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를테면 파손된 KBS 수상 세트장의 경우 선박을 박물관화해 촬영 당시 왕건 등이 입었던 갑옷, 검 등 관련 자료들을 내부에 비치하고, 관광객을 상대로 분장을 시연하는 등 역사극을 소재로 한 체험 이벤트를 개발했다면 훌륭한 관광 상품으로 발전했을 것이라는 게 청풍호반을 둘러보고 난 후 이 씨가 건넨 제안이다.

이에 대해 제천시 관계자는 “태조왕건 수상 촬영 세트로 활용된 선박의 경우 지난해 8월 시설을 유지보수하기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으나, 당초 세트장 용도로 제작돼 내구력이 떨어진다는 최종 판단에 따라 철거를 결정했다”며 “이후 3차례에 걸쳐 KBS에 철거를 거듭 요청했지만, KBS측은 현재 기획 중인 사극 이순신의 촬영을 마친 후 세트를 철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순신 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에나 철거가 가능할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시가 KBS, SBS와 체결한 협약에 따르면 시가 공사비와 부지를 제공하고 기술자문과 시공은 방송사가 주관하되, 10년 간은 해당 방송사들이 운영권을 갖고 이후부터 시에 기부채납토록 하고 있어 제천시가 일방적으로 나서서 시설을 관리할 입장이 못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온갖 노력 끝에 유치한 드라마 세트장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지 않고 흉물로 방치한 제천시가 시설 복원과 활용에 적극성을 보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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