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취재1팀 기자

▲ 김남균 기자
“찌질하다 : 행동이나 사상 등이 올바르지 못한 경우에 사용하는 표현(오픈국어사전).”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도교육청의 송년회를 취재하면서 드는 느낌은 한마디로 찌질했다. 이 느낌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취재 당일이 아니라 교육청의 입장을 취재하면서 시작됐다.

교육청이 경각심과 문제의식이 있다면 당연히 이런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못이 있었으면 후에라도 인정하면 그만 일텐데 교육청은 어설픈 변명만 늘어놨다. 교육청 관계자는 트럼프 카드는 외부인이 시설을 이용할 것을 대비해 비치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고기 안주가 준비된 2차 술자리는 ‘정부 3.0 워크숍 분임토의’가 진행됐다며 분임토의조 구성명단을 내놓았다.

청명학생교육원 여직원들은 고위관료들의 만찬장에서 음식을 나르고 술을 따라야 했다. 관용차 기사들과 조리종사원들은 그 다음날 까지 이곳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들에 대해서는 일절 해명조차 하지 않는다. 변명도 없다. 잘못한 것에 대해 일절 느끼는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그래서인가! 도교육청은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 술은 마셨지만 유감 정도에 불과하고 도박판은 오해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교육청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예의가 아니다. 도민에 대한 예의 이전에 야간노동과 술을 따라야 했던 인격체로서의 노동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기용 교육감과 교육청 고위관료들은 하위직 직원들과 겸상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1층 만찬장에서 호화음식으로 만찬을 하고 나서야 2층에 있는 하위직원들은 학교급식같은 식판을 이용해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그 뿐만이랴! 이튿날 기관장들이 천년주를 곁들여 아침 해장을 끝마치기만을 기다리며 관용차 기사들은 그곳을 배회했다.

하위직 직원들도 엄연한 가장이다. 집에서 기다리는 사랑스런 가족이 있다. 고위직 관료들의 음주와 도박, 해장술을 위해 집을 나와 1박을 해야 할 정도로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도교육청은 이들에 대해서 일절 해명조차 하지 않는다. 만찬장이 있던 화장실에는 이곳 학생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낙서가 발견됐다. “탈출, 이곳은 있을곳이 아냐”라고 쓰인 낙서를 화장실을 이용했던 사람이라면 봤을 것이다. 가정폭력이나 어려운 환경에 의해 위기학생으로 낙인 찍힌 아이들이 무엇을 겪었길래 이런 낙서를 남겼는지 필자는 알 길이 없다.

필자는 취재과정에서 지난 20일 한번의 술자리가 아니라 비슷한 일이 여러 번 발생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곳 기관장은 2개월 정도 출근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교육부장관이 방문하자 전 원장을 데려와 현직 원장인 것처럼 꾸몄다. 그런데도 아무도 해명을 하지 않는다. 출근여부조차 확인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한마디만 교육청에 전한다. 필자는 취재를 위해 오들오들 떨며 만찬장을 지켜봤다. 밤 열두시 라면을 끓인 수량을 확인하기 위해 쓰레기통까지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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