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식 충북학연구소장

▲ 김양식 충북학연구소장
2014년 갑오년은 말의 해, 그것도 푸른 기상을 가진 청마의 해이다.
청색은 음양오행에서 목의 기운에 해당하며 동쪽, 푸르름, 생명, 진취성, 새로운 시작 등을 상징한다. 고요한 아침에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받은 온순한 말이 기지개를 펴고 푸르른 대지를 향해 발디딤을 하는 갑오년, 그런 한해 충북은 영충호시대를 펼쳐갈 것이다.

영충호시대란 지금까지 영호남의 정치공학적 틈새에 끼여 변방에 머물러 있던 충청지역이 새로운 국가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신수도권으로 부상함을 의미한다. 이는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의 당연한 순환인지도 모른다.

고려시대에 충청지역은 비록 개성이 수도였지만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였으며, 특히 남한강을 중심으로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운 바 있다. 조선시대 오백년 동안에도 충청지역을 포함한 근기지역이 정치와 사회·문화의 중심지로 기능했고, 조선후기의 경우 우암 송시열과 화양서원·단양팔경에서 볼 수 있듯이 충북지역이 정치와 사상 및 문화관광의 중심무대였던 시대가 있었다.

다만 20세기에 들어와 경부철도를 선으로 연결된 서울-부산 경부축 중심의 국토 개발과 1970년대 이후 영호남의 정치적 대립축으로 인해 충청지역이 소외되고 저발전되었을 뿐이다. 특히 충북지역이 더욱 그러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충청북도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영충호시대의 개막은 나름대로 역사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다 할 수 있다. 이것은 지역 독선과 이기주의 차원이 되어서는 안 되며 지난 20세기 불균형화된 경부축 중심의 국토 개발과 영호남 중심의 정치틀을 깨려는 균형된 자세가 필요하다. 그를 통해 고려·조선의 역사가 증명하 듯이 충청지역이 당당히 역사의 무대에 주체적으로 우뚝 서며 국가 발전을 견인해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갑오년 청마의 해에 말의 지혜를 필요로 한다. 말은 온순하지만, 활동적이고 진취적이다. 주변과 의사소통이 잘 되며 현실에 잘 적응하는 동물이다. 영충호시대를 명실상부하게 열어가기 위해서는 충청도 기질인 온순함과 순박함을 원천으로 한 활동성이 필요하며, 주변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그것을 진취적으로 성취해나가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흔히들 말하길 말띠는 진취적이고 활동적이긴 하나 그것이 지나쳐 개인주의나 독단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것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덕목이 아니며 모든 주체가 존중되고 소통하며 융합하고 상생하는 ‘콜라보레이션’의 추세와도 부합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멸만을 부를 뿐이다.

따라서 충청북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영충호시대의 개막은 2014년 갑오년 청마의 기상을 받아 진취적으로 추진하되, 상호 소통하고 존중하며 융합하는 열린 자세로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1보 진전을 위해서는 2보 후퇴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만큼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것은 2보 진전을 위한 2보 후퇴의 균형된 자세이다. 즉 앞선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냉정한 자기 성찰과 든든한 자기 정체성을 기반으로 해야만 해야 한다.

이것은 동서양의 중세 르네상스가 어떤 조건에서 꽃피워졌는지를 알아보면 쉽게 증명된다. 그런 의미에서 영충호시대의 기반은 지역학이 되어야 한다는 인문적 사고와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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