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후보지, 주민 기대 반 우려 반 속앓이
구색 맞추기용 해석 속 유력설 급부상 ‘오리무중’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일단 잘된 일이죠. 그런데 피해는 없을까 걱정도 되고 글쎄….”
지난 15일 충북에서는 유일하게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선정된 진천, 음성지역 주민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을 피력한다. 그동안 후보지 논의 과정에서 한발 비켜서 있었기에 놀라움과 걱정이 교차하는 것이다.
때문에 조연에서 주연배우로 하루아침에 신분이 바뀐 주민들과 행정기관에서는 부랴부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애써 느긋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진천, 음성은 충남북 안배를 위한 구색 맞추기 카드라는 설이 이미 퍼져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 지역이 후보지로 선정된 것은 충북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 예상되는 도민들의 반발을 고려한 ‘정치적 배려’로 해석하고 있다.
덕산면 이장단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오웅환 회장은 “설마 여기가 되겠냐는 사람들이 많고 된다하더라도 전부 고향을 떠나야한다는 소문 때문에 뒤숭숭하다”며 “최근 뚝 끊겼던 땅 매매가 기지개를 펴고 있었는데 재산상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소리도 있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후보지로 선정된 이유는?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진천 덕산, 음성 대소 맹동지역은 2340만평 크기로 충북선(철도)이 인접해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특용작물인 수박과 미백 복숭아는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또한 중부고속도로 개통이후 업체들이 몰려들면서 중부권을 대표하는 신흥 공업지역으로 급부상하는 희망의 땅이기도 하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주변에는 대소, 초평, 금왕, 삼성, 광혜원, 덕산 등 11개 지방산업단지가 입주하면서 2천200여개 공장이 가동중이다. 이는 충북도내 전체 공장 수 5천382개의 41.4%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해마다 인구가 감소하는 도내 다른 군지역과는 다르게 인구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 초 청주~진천간 국도 4포장 공사가 완공, 교통망이 뻥 뚫렸고, 여기에다 동서고속도로까지 완공되면 말 그대로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갖추게 되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행정수도의 관문이 될 수 있는 청주공항과 30여분 거리에 있고 중부고속도로가 통과해 수도권과의 거리도 40여분대에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반대’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곳은 진천, 음성뿐이라는 여론이 점차 형성되고 있다.
실제 후보지 발표이후 각종 언론매체 토론회 참석자들이 이 지역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진천, 음성 대망론(大望論)이 한낱 꿈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유력인사는 “그동안 후보지 논의에서 음성, 진천이 오르내리지 않았던 것이 무엇 때문인지를 잘 헤아려야한다”며 “대부분 충남 연기, 공주 장기 지역을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항공기를 타고 400m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신행정수도가 어디에 들어서야 하는 지 금방 답이 나온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철도, 물 부족 등 넘어야할
그러나 눈에 띄는 단점도 많다. 중부고속도로가 통과하지만 경부고속도로와의 접근성은 타 후보지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여기에다 고속철도 시대가 열렸음에도 불구, 철도망이 절대 부족하고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수도권 인구 유입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평가된다. 수도권과 인접해 있다는 점이 오히려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는 당초 행정수도 이전 취지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인구분산 파급 효과 역시 충남. 대전권은 물론 영, 호남 지역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인근에 큰 강이나 하천이 없다는 것도 핸디캡. 주민들이 최종 후보지에서 낙마할 것으로 보는 첫 번째 근거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충주호를 활용하면 용수부족은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최종 후보지 선정에서 용수문제가 진천, 음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찌될까” 현지 노심초사
진천 덕산, 음성 대소, 맹동 주민들은 그동안 신행정수도 드라마의 관객이었다. 사실 어느 곳이 선정되든 그 배후지이기에 개발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됐기 때문에 굿이나 떡이나 먹으면 된다는 느긋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발표이후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벌써 피부에 와 닿는 규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진천군 진천읍, 광혜원, 덕산, 이월, 초평면, 그리고 음성군 금왕, 음성읍, 대소, 맹동, 삼성, 원남면 등 11곳의 경우 녹지지역과 비도시지역에 대한 건축 허가 및 각종 개발행위가 연말까지 제한받는다. 또한 토지 형질변경, 건축물 건축, 공작물 설치, 토석 채취 등의 행위가 금지됐다.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장주식 도의원(한나라당)은 “국토 균형발전 뿐 아니라 충북 중,북부지역의 발전을 위해 신행정수도가 들어서는 것에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며 “하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주민들이 재산상 피해를 입는다면 이를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의 백년대계와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대명제 아래 추진되는 신행정수도 건설. 이곳 주민들은 최종 후보지가 발표되는 그날까지 이래저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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