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식 한국교통대 철도시설공학과 교수

▲ 이호식 교수
돌이켜보면 지난 한해는 나라 곳곳에서 많은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됐던 한해가 아닌가 싶다. 연초 벽두부터 중앙 정치권에서 시작된 2012년 대선 후유증의 여파가 최근까지 지속되는가 하면 지역에서 또한 크고 작은 사안들에 대해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평행선의 대결구도를 달리고 있다. 여러 갈등 이슈들의 물결 속에 그 무엇보다 큰 관심과 주목을 받은 것 중 하나가 4대강 사업 문제다.

4대강 사업에서 핵심 사업 중 하나가 16개 보 사업일 것이다. 보는 수자원 공급기능과 함께 전력생산의 기능이 있는 일종의 소형 다목적댐이다. 우리 지역에는 국내의 대형 댐인 충주댐과 대청댐이 있어 댐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아마도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을 만큼 체험해 왔다.

흐르는 하천에 비해 물의 유속이 감소되는 댐은 당연히 하천보다 수질관리 측면에서는 불리한 여건이 된다. 매년 수온이 증가하는 하절기를 지나면서 대청호 내에서 발생하는 부영양화 현상은 연례행사가 되어 있고 이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충청권 많은 주민들은 양질의 물을 공급받지 못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감내해야만 했다.

반면 충주호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호소 내 일부 제한된 지역을 제외하곤 지역주민을 포함해 수도권 주민이 식수로 활용하기에 부적절할 정도의 조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히려 국내에서 소양호와 더불어 가장 양질의 1급수 물을 공급하는 호소로 구분되고 있다. 이와 같은 차이의 원인은 호소내로 유입되는 오염원 관리에 대한 문제이다. 호소별로 전체 수자원 용량 대비 유입오염량을 비교해 보면 대청호에 비해 충주호의 그 값이 작기 때문이다.

즉 호소와 같은 정체수역이라도 수역 내 유입되는 오염량이 작다면 아무리 유속이 낮아도 녹조라떼와 같은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4대강이 관리된다면 향후 4대강 일부 지역에서 녹조발생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견된다.

지난 4대강 사업이 준설이나 수량 확보 중심의 사업으로 일관됨으로써 수질관리 측면이 소홀해왔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시 여러 환경 전문가가 4대강으로 유입되는 수질 오염원에 대한 관리계획이 선행돼야만 추후 부영양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막상 건설부처 중심의 사업 속도전에 이러한 경고는 4대강 속으로 수장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다고 본다. 각 하천별로 주요 오염원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의 관리를 위한 효율적 계획이 진행된다면 녹조로 오염된 수자원을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일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비단 4대강 사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대립과 갈등의 원인은 결국 상호간에 불신과 반목에서 비롯된다.

오늘도 유유히 어우러져 흐르는 4대강처럼 다가오는 2014년에는 우리 사회도 화합과 믿음 속에 국가 발전의 큰 줄기를 만들어내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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