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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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읽는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12.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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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들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분석한 <세계의 비참>
박영길
생활교육운동체 ‘공룡’ 활동가


보통 책에서 우리는 현실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보기 원한다. 특히나 현대 도시사람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서의 어려움을 잠시라도 잊기를 바라고, 그런 마음만큼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어떤 판타지를 바란다. 그것이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이라는 긍정적인 것이든, 단순한 재미와 쾌락을 목적으로 한 말 그대로의 판타지이든, 그것도 아니면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감성의 책이든 말이다. 현실의 삶이 어려울수록 우리는 그렇게 점차 책 속에 안주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여주는 책을 읽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아니 도대체 이 비참한 현실을 굳이 책을 통해서 다시 복기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책이 여기 있다. <세계의 비참>. 책을 통해 현실을 복기하도록 만드는 책이다
<세계의 비참>은 발간된 지 꽤 오래됐고 심지어 우리가 부러워하는 나라, 프랑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럼에도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비참함을 있는 그대로 재현시켜주는, 외면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물론 이 책이 아니더라도 현재 한국사회의 이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책들은 꽤 많은 편이다. 그 각자의 책들이 독자에게 좀 더 현실적 삶에 대한 통찰과 애정을 드러내도록 하는 나름의 성과가 있음은 분명하며, 그런 좋은 책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기는 하다.

▲ 제목: 세계의 비참 지은이: 피에르 부르디 외 옮긴이: 김주경 출판사: 동문선
그럼에도 꽤 오랜 시간 이 <세계의 비참>이 나의 독서목록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 어떤 책보다 여전히 현재 내가 살아가는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그것이다.

“...(우리가)...그렇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준 사람들,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 즉, 그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도대체 어떻게 제시할 수 있단 말인가? 방법이 있다면 단 하나, 그들을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로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그들이 현재의 모습으로 될 수 밖에 없었던 원인과 이유를 그들에게 결부시켜 보는 것, 그것 뿐이다…”
본문 중에서


단순히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움직이는 세상의 중심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면서도 그 중심에 빨려 들어가기 보다는 중심의 불편함 자체를 드러내버리는 이 책의 힘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어떤 큰 껍질을 강제로 벗겨내는 힘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주변의 이웃이나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거나, 묘사하거나, 말할 때 겪게 되는 어떤 어려움. 너무 일반화해버려서 대상의 문제는 남아도 정작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삶이 제거돼 버리는 방식들.

그리고 그것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어이없는 상황에서 이처럼 일방적으로 제시되는 이미지의 재현이 아니라 묘사하고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독자 스스로 재현의 무게를 안아버리도록 만드는 힘이 아마도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다는 거다.

“...오늘날의 ‘빈민주택단지’나 혹은 ‘학교’와 같이 소위 ‘살기 힘든’ 장소들이 묘사하기도 생각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이며, 또한 지나치게 피상적이고 일방적인 이미지를 제시하는 대신, 서로 다를 뿐 아니라 때로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각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서로 똑 같은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묘사를 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 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노리는 또 하나의 효과는…관찰자와 독자가 갖게 되는 유일하고 중심적이고 지배적인 관점, 한마디로 말해서 신(神)의 관점을 포기시키는 것이다. 이는 공존하면서도 때때로 직접적으로 경쟁적인 여러가지 관점들에 부응할 수 있는 여러 시각들을 위해서이다. ”

“...각 사람들이 겪는 모든 불행들을 사회 전체가 겪는 커다란 불행과 떨어뜨려서 생각하는 태도는, 특정의 사회부류에서 겪는 고통의 일부를 제대로 목격하고 이해하는 것을 스스로 금하는 태도이다…”

이 책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자세는 아주 명확하다. 첫째는 갈등이 개인적인(혹은 순전히 주관적인) 관계의 차원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각 개인에게 집단적으로 관련된 것들이라는 사실.

둘째는 그래서 모든 개개인은 자신의 사회적 존재, 즉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혹은 요즘 사용하는 용어를 빌리자면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이 갈등에 투입시킨다는 것. 셋째는 그럼에도 우리들은 이러한 갈등의 객관적인 근거를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도시, 마을, 집이라는 각각의 공간에 사회적 신분 향상이라는 꿈과 소망을 담았으며,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투자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공간은 자신들이 언제 빠져 버릴지 모르는 몰락과 자기 상실, 패배감의 과정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라는 믿음을 준다.

그래서 더욱 이러한 공간 안에서 우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는 서로 다르고, 어쩌면 정반대이기까지 한 사회적 위치에서 출발하여, 현재 똑같은 사회적 현실 속에 서 있게 된, 전적으로 다른 관점들이 얽혀 살아가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독자가 답할 차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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