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글씨: 김재천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하다가 병신 되면 못 가리”라는 참요(讖謠)가 있다. “새야 새야”로 시작되는 파랑새와 함께 1894년 동학농민전쟁 당시에 불렀던 노래다. 1894년은 갑오(甲午)년이었고 이듬해는 을미(乙未)년, 후년은 병신(丙申)년이었다.

가보세는 갑오세를 연음으로 읽은 것이다. 외세의 침탈과 내정의 혼란 속에서 죽창을 든 농민들은 결과가 어떻더라도 일단은 떨쳐 일어서자는 의미에서 부른 노래인 것이다. 을미적과 병신은 1년, 2년 미적거리며 시간이 덧없이 흐르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2014년은 다시 갑오년이다. 1년 전 대통령선거에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부정 개입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대선불복이라는 역풍이 몰아치는 비이성적인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미적, 미적거리기에는 현실이 갑갑하다. “가보세, 가보세”라고 외쳐야할 판이다. 을미적, 을미적하다가는 정말 병신이 되어 못 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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