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제시했지만… 교육청 거짓해명으로 일관
여성직원 술시중은 ‘신성한 교육현장 유린' 비판

▲ 이기용 교육감이 직원으로부터 편지봉투를 받아 누군가에게 전달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봉투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1~2만원의 상품권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호화만찬과 개고기 술판으로 물의를 빚은 충북도교육청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23일 본보는 9개 문항의 질의서를 서면으로 작성해  교육감 부속실에 전달하고 이기용 교육감의 답변을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이를 거부했다.

김자중 비서실장은 24일 전화통화에서 “교육감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음주와 도박이라는 말 자체가 교육감에 대한 모독이다”며 “질의서를 교육감에 전달하지 않았다. 교육감이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행사 실무를 처리했다는 교육청 직원 박영균 씨는 이날 치러진 행사가 워크샵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이날 행사의 명칭은 ‘행복한 교육세상을 여는 충북교육3.0 간부 워크샵’이었으며 이기용 교육감 주재로 오후 6시 10분부터 1시간 정도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후 구내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교육 연구동으로 이동해 분임토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감은 오후 9시 40분에 행사를 마치고 귀가했으며 음주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이날 음주는 만찬장에서 건배사를 할 때가 유일했으며 개고기 안주는 보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기용 교육감이 직원에게 건넨 봉투는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직원 격려 차원에서 1~2만원 정도의 상품권이 들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행사경비는 직속기관장들이 걷어서 지출했으며 도교육청이 지출한 것은 일절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위스쿨에서 음주행위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워크숍을 진지하게 진행한 것이 전부”라고 박 씨는 해명했다.

뻔한 사실도 거짓해명

하지만 충북도교육청의 해명은 사실과 일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오후 6시 10분부터 교육감 주재로 워크숍을 진행했다는 것 자체부터 거짓이다. 본보가 잠행취재를 통해 확인한 이 교육감의 도착시간은 오후 6시 57분이다. 짧은 인사를 마치고 이미 7시 15분에는 만찬장에서  교육감이 건배사를 하고 있었다. 1시간 정도 워크숍을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거짓해명이었다.

숙소에서 음주행위가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교육감과 교육장, 직속기관장들이 숙소로 사용한 곳에서 개고기 수육과 소주, 맥주, 천년주등이 발견됐다.

술자리는 다음날 까지 이어졌다. 청명교육원장 등 4명의 기관장들은 아침 식사를 하며 천년주를 마셨다.
이들 기관장들의 관용차를 운전하는 직원은 퇴근도 하지 못하고 교육장들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워크숍을 진행했다는 교육청의 설명도 사실과 부합되지 않았다. 만찬이 끝나고 분임토의를 하기 위해 이동했다는 교육청의 설명과는 달리 교육장들과 직속기관장들의 대화는 “멍멍이야”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일부 기관장들은 회의자료를 차량 밖에 집어던졌다. 이튿날 숙소에서는 이들이 버리고 간 회의자료가 5부나 발견됐다.

회의자료에 작성된 메모에는 교육감의 당부 내용이 있었다. 메모지에는 교육감 당부사항으로 “북한의 급격한 변화, 공무원 마음가짐 철저, 각종 모임  음주 등 주의”라고 적혀 있었다.

교육청의 송년행사를 위해 이곳에 입소한 학생들을 조기에 귀가시켰다는 의혹도 발생했다. 청명교육원은 이날 학생들에게 오전 11시 30분에 중식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상시에는 12시부터 교직원들이 식사를 시작하고 12시 30분부터 학생에게 중식을 제공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오후 2시에 귀가 시켰다. 반면 평소에는 오후 4시에 석식을 제공하고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충북도교육청이 경비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의혹이 일고 있다. 청명교육원 관계자는 “재료 구입비 명목으로 교육청에서 20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가 현찰로 지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직속기관장들이 갹출해 지불했다는 해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여성직원을 동원해 시중을 들게 하고 술을 따르게 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교육감과 교육장, 직속기관장들이 식사를 한 만찬장에는 여성직원들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정돈하고 주전자에 담긴 술을 따랐다. 이 교육감은 여성 직원에게 자신의 사용한 술잔에 술을 따라주기도 했다. 교직원인 여성 직원을 동원해 술 시중을 들게 한 것은 여성비하 논란이 예상된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련시설이나 연수 시설도 아닌 학교 시설에서 음주행위를 했다는 자체가 용납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육계 인사 모 씨는 “청명학생교육원 운영규정을 보면 음주행위 적발시 퇴실 조치를 하 도록 돼 있다”며 “위기학생들이 기숙하며 지내는 Wee스쿨에서 학생들을 조기에 귀가시키고 교육계의 수장들이 음주를 하고 카드를 친 것은 상상조차 할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명학생교육원은 2010년 9월 전국 최초로 기숙형 Wee스쿨로 개원해 학교부적응 등의 위기를 겪고 있는 도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3주에서 최대 1년간의 상담과 체험활동 중심의 위기치유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개원 후 지금까지 157명의 학생이 위탁돼 이중 129명이 원적학교로 복귀했다.

이기용 교육감에 보낸 취재 질의서 전문

1, 12월 20일 청명학생교육원에서 진행된 행사의 명칭과 진행내용, 참석자를 알려주십시오.
2. 청명학생교육원은 음주가 금지된 장소인데 이날 행사에서 음주와 도박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음주와 도박에 대한 사실유무를 알려주십시오.
3. 2.에 대해서 이기용 교육감도 자리에 함께 하였는지요.
4. 이날 행사에 소요된 경비와 지불방식에 대하여 알려주십시오.
5. 이날 행사를 위해 청명학생교육원 직원이 동원돼 퇴근도 하지 못하고 심야까지 근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동원된 직원 현황과 근로내역에 대하여 알려주십시오.
6. 20일 음주에 이어 21일 오전까지 음주가 계속됐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사실 유무를 알려주십시오.
7. 교육감이 정치성이 짙은 건배사를 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교육감의 건배사 내용과 의미에 대하여 알려주십시오.
8. 이날 행사에서 이기용 교육감이 건네받은 편지봉투가 있습니다. 봉투의 내용물과 최종 사용처에 대하여 알려주십시오.
9. 이날 행사가 적절하게 진행된 것인지 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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