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 박소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작가와 식사를 하게 됐다. 그는 다른 지역 작가들을 요즘 자주 만나게 되는 데 돌이켜보니 청주지역 작가들이 너무 게을렀다고 자책한다. 공부도 작업도 게을렀다는 게 그의 평가였다. 그리고 지역마다 스타가 있고, 어른이 있는데 이 또한 마땅치 않다는 것. 청주는 전시 공간도 많고, 미술 대학도 오래전부터 존재했는데 왜 우리는 성장하지 못했을까.

스타가 나오니까지는 운도 작동된다지만, 결국 작업으로 승부수를 던질만한 인물이 많지 않다는 것은 씁쓸하다. 청주국제비엔날레가 2년마다 열리고 있는 데 이러한 효과와 혜택은 지역미술계에 전혀 흡수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지역예술계 따로, 축제 따로 진행됐다.

내년에는 청주시립미술관 오픈이 예정돼 있다. 전국 최초의 방송국을 활용한 미술관이라는 데 어째 그 타이틀이 영 궁색하다. 청주시는 옛 청주KBS 건물에 시립미술관 문을 열게 된다. 11월 개관을 예정하고 있는데 지금 미술관 준비 인력은 단 1명이다. 내년 3월에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다.

보통 미술관은 6개월 전부터 관장 및 학예사 인력을 뽑아 개관전시부터 소장 미술품 구매 등을 논의하게 된다. 미술관 관장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있어서 관장 선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장이 선임을 해놓고 가기가 부담스러워 미룰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다른 기관과 달리 미술관의 성격은 다르다. 관장과 학예사가 선정돼야 일이 시작된다. 시립미술관의 콘셉트부터 소장 작품에 대한 결정 등 할 일이 너무 많다. 소장품 선정위원회도 따로 구성해야 한다. 관장 또한 열린 구조로 사람을 뽑아야 한다. 관장 선임이 제일 중요하다. 미술관학을 전공했거나 실무경험이 많은 인재를 뽑아야 한다. 무엇보다 글로벌한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

2015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분관도 설치된다. 수장고가 아닌 미술관 분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지역미술계가 개입해야 한다.

연초제조창과 동부창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등의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기는 데 정작 우리에게 그만한 인적 인프라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공간이 지역예술계와 단절되지 않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간만 만들어놓고, 인물만 외부에서 데려다 놓는 것 보다 필요한 것은 지역민과 지역예술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10년 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있어서, 연초제조창이 있어서 예술가가 됐다는 소리가 들려야 한다. 현재 이 지역을 살고 있는 예술가 또한 이들 공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야 한다.

지역민이 사랑하지 않는 공간과 축제는 결국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 새롭게 생기는 문화공간은 지역에 확실하게 피드백을 해야 한다. 거창하게 공간만 자랑하는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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