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충북본부 위상 사라지게 될 듯
“수영팀 장학회 그대로 존치될 것” 전망도

‘000010’. 1956년 국내 기업 중 최초의 상장기업으로 조흥은행이 부여받은 종목코드다. 그런데 이 코드가 사라지게 됐다.

현재 관리대상종목에 편입돼 있는 조흥은행이 지난달 24일 서울 광교 본점에서 열린 마지막 주총을 통해 신한은행의 대주주 회사인 신한금융지주에 완전히 편입됐기 때문이다. 1956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지 48년 만에 시세표에서 사라지게 된 조흥은행으로선 사실 이면에 더 큰 의미를 가진 마지막 주총이었다. 1897년 한성은행으로 출발한 후 107년이라는 엄청난 역사까지 말 그대로 역사 속에 파묻어 버려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때문이다.

이날 마지막 주총에서는 조흥은행 1주당 신한은행 주식 0.1354주로 교환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돼 상장폐지를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아무리 오랜 전통을 간직한 은행이라도 강자만이 살아남는 무한경쟁시대에서는 어쩔 수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갈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 조흥은행이 신한 금융지주에 흡수됨에 따라 조흥은행 충북본부의 허약한 위상마저 흔적없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육성준 기자

107년의 역사와 함께 묻힌 충북은행

하지만 조흥은행의 몰락은 우리에게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선다. 1999년 충북은행을 합병한 조흥은행의 특수한 존재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이런 점을 감안해 합병이후에 임원급을 수장으로 한 충북본부 체제를 이 지역에 유지해 왔다. 지역정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독립적 지방은행이 충북에 건재하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조흥은행 충북본부의 존재는 희미한 흔적이나마 충북은행의 체취를 남겨 놓았고 이것이 작은 위안거리가 됐다. 하지만 조흥은행이 신한금융지주로 흡수됨으로써 조흥은행 충북본부의 허약한 위상마저 완전 해체될 것이 불가피해지면서 지역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충북은행 출신인 조흥은행 충북본부의 중간 간부 ‘ㄿ씨는 “신한에 흡수됨으로써 가뜩이나 취약한 충북본부의 위상은 보장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2년 후 신한과 조흥은행의 합병이 완전히 이뤄지게 되면 사실상 조종(弔鐘)이 울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 행원은 “백남학 충북본부장 경우 부행장보 임원(이사)으로서 그나마 충북본부의 위상이 일정 부분 확보됐는데 (합병이후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희미한 반론도 제기된다. “조흥은행 충북본부의 위상이 저하될 지 아니면 더 강화될 지는 신한금융지주 그룹사의 경영방향에 따라 달려 있는 것 아닌가. 최소한 현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신한 측이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수영팀과 장학회의 존치 등을 약속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충북은행 수영팀의 맥을 이어 지난해 부활된 수영팀(감독 1명 선수 3명)을 위해 조흥은행은 1년에 2억원 가량을 급여 및 훈련비로 지원하고 있으며 선수 보강 계획도 갖고 있다.

“조흥은행 별도 법인으로 존치시켜야”

한 관계자는 “충북지역을 위해 특화시킨 수영팀과 장학회는 은행내부 조직이 아닌 재단 법인화가 된 만큼 계속 존치될 것이며 신한측도 지난해 6월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 시절 노사정 합의를 통해 ‘3년간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하다가 2006년에 완전합병-화학적 결합 마무리’를 달성키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조흥은행 노조에서는 “합병이 되더라도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을 별도 조직으로 존치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등 아직 불확실한 변수가 있다는 것이다. 합병이 되더라도 말 그대로 한 지주회사 밑에서 별도의 은행으로 독립해 있을 것인지가 미정인 상태라는 설명.

이 때문에 충북은행 출신들을 중심으로 “조흥은행이 충북은행의 조직을 승계한 만큼 신한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더라도 ‘충북본부’는 계속 존치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망이 거세지고 있다.

백남학 충북본부장은 “손익위주로만 접근할 때 청주에 있는 조흥은행의 14개 점포는 합병 이후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청주시 금고를 빼앗긴 것이 조흥은행 충북본부로서는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지방은행 만들자뭉게뭉게 이는 논의
조흥은행 흡수합병 따라 경제계 일각에서 거론


“현실 모르는 ‘뜬구름 잡기’식” 비판도조흥은행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신한금융지주로의 흡수합병이 결정된 이후 지역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 참에 지방은행을 만들자’ 논의가 그것이다. 충북은행의 몰락으로 주체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낀 지역 경제계의 일부 ‘거물급’ 인사들 사이에서 아직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밀담 수준의 얘기이지만 비상한 관심을 끌만한 폭발력 있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한 경제계 인사는 “명목상 충북은행이 조흥은행과 합병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충북은행은 자취를 감춘 것 아니냐. 물론 조흥은행이 충북본부 체제를 통해 일정부분 지역은행의 역할을 수행해 온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청주시금고까지 농협에 빼앗길 정도로 지역밀착에 실패한 것도 사실 아닌가. 이런 가운데 조흥은행마저 거대 자본에 흡수되게 됨으로써 충북은 경제의 젖줄이라는 지역은행을 완전히 잃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충북의 은행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몇몇 경제인들 사이에서 나오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인사는 “이 논의는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출자규모 등 실체적 내용을 동반한 것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가 서서히 퍼지자 금융계의 반응은 “충북은행의 예를 볼 때 최소 1000억원대의 자본금 출자가 이뤄져야 하는 데 누가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며, 모멘텀을 실어 추진할 핵심주체가 있기나 하냐”며 “이런 엄청난 얘기를 시정잡배들의 한풀이 수준에서 넋두리로 했다면 정말 웃음거리”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지방은행을 만들자는 논의를 했다고 알려진 사람들의 면면을 자본동원능력이 엄청난 인사들이어서 이들이 ‘올인’할 경우 아예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기조를 볼 때 지방은행의 신규설립 허가는 절대 무망하다”는 가능성 ‘0’ 분석이 아직까진 압도적인 분위기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무책임한 얘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지역 정서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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