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학부모단체, 사립유치원, 교육감 후보들의 이해관계 얽혀
도의회 “민주적인 절차 밟아야” 학부모단체 “좋은시설 유치해야”

단설유치원을 건립을 놓고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충북도의회는 학부모단체 및 교육청과 단설유치원 건립 예산 삭감 결정으로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 내년 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쟁점으로 부각될 움직임도 보인다.

먼저 지난 10일 325회 충북도의회는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출석 의원 33명 가운데 20명이 반대해 앞서 예산결산위원회가 78억원 전액 삭감한 '가칭 진천 단설유치원 설립비' 수정안을 부결 처리했다. 충북도교육청과 진천교육지원청은 유아 무상교육과 누리과정 확대에 따른 미취원 어린이 취원 증가에 대비해 2015년 3월 개원을 목표로 10학급 177명 규모의 단설유치원 설립을 추진했다. 진천읍 장관리 일대 2696㎡의 터를 사들이기로 했으나 도의회에서 관련 예산 삭감으로 단설유치원 설립은 물거품이 됐다.

▲ 단설유치원 건립 예산이 삭감된 진천군 학부모연합회는 17일 오전 11시 도의회를 항의 방문하고 예산을 다시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학부모 단체들은 도의회가 단설유치원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진천지역 예산 삭감에 학부모 반발

예산 삭감이 발표되자 진천지역 학부모 단체가 즉각 반발했다. 그러자 충북도의회가 입장을 표명했고, 이어 교육감 출마가 예상되는 현직 고위공무원이 한 일간지에 기고를 통해 “세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꼼수가 있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비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제는 단설유치원 건립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떠오르는 상황. 이번 사태는 18일 도교육청이 2013년 제2회 추경예산안으로 제출한 충주 단설 유치원 건립비 심의까지 겹쳐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충주공립단설유치원 설립 추진 학부모연대는 16일 도의회를 방문해 단설유치원  설립 예산과 관련한 2만 여명의 성명을 담은 청원 서명서를 전달하는 등 원안 통과를 촉구했다. 고민서 충주 학부모연대 대표는 “진천이 당연히 통과될 줄 알았는데 삭감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충주는 지난번에도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 예산이 삭감이 되면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은 도의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17일 현재). 만약에 통과가 되지 않으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산삭감이 결정된 진천군 학부모연합회는 17일 오전 11시 도의회를 항의 방문하고 단설유치원 예산을 다시 세워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단설유치원은 충북에 15개가 있다. 청주에는 남성, 서원, 산성, 덕성, 산남, 창신 유치원이 있고 충주에는 남산유치원이 있고, 제천에는 홍광유치원, 청원에는 비봉, 오송, 옥산 유치원이 있다. 옥천에는 삼양, 음성에는 금왕, 대소유치원이 있고 단양에는 단양유치원이 설립돼 있다. 이번에 도의회는 청주 율량유치원(78억원) 예산은 통과했지만 진천(78억원)은 삭감, 충주 예성(54억 4700만원)은 심의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의회는 학부모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왜 삭감결정을 내린 것일까. 이번 예산안은 교육위원회 상임위원회는 통과했지만 예결위원회에서 부결됐다. 도의회 예산삭감에 대해 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는 교육위원을 비롯한 충북교육발전소 대표, 현직 공무원 등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현직 공무원 반발 기고문 게재

먼저 단설유치원 삭감에 동의하는 A도의원은 “택지개발로 새로 신설되는 동네에 시설 좋은 단설유치원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이번에도 율량동의 경우 승인을 해줬다. 하지만 2개의 병설유치원을 통합하고 수십억원을 들여 병설유치원을 짓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병설유치원은 보통 집근처에 있지만 단설유치원은 거리가 멀어 이동거리가 길어진다.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라고 반대했다.

이어 그는 “단설유치원이 들어서면 인근 사립유치원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 최소한 지역교육청이 주재한 토론회를 통해 각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그런데 진천의 경우 토론회 찬성자 명단을 제출했지만 알고 보니 참석자 사인이었다. 민주적인 의견 수렴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도의회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통과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충북교육발전소도 성명서를 내고 “단설유치원은 공립유치원으로 건립 위치와 역할이 중요하다. 들어가는 예산과 인력을 감안할 때 단설유치원을 하나 만들 때 지역 전체 유아교육에 얼마나 좋은 교육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공립 유아교육 혜택을 받기 힘든 농촌이나 낙후지역에 대한 배려가 되고 있는지 가장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할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도의회 결정에 찬성입장을 표했다.

전문가 “과도기 단계 혼란”

사립유치원 연합회는 단설유치원 설립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교육청이나 학부모는 찬성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좋은 시설에 저렴한 값에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단설유치원이 생길 경우 이른바 교장(원장)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교육감은 인사권이 하나 더 늘고, 전공자들에게는 승진의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찬성이다.

지금까지 병설 통합형 단설유치원의 경우 도의회 예산이 한 번에 통과된 적이 없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한 각기 이해집단이 정당성을 갖고 있다.

또한 단설유치원은 5개 학급 이상 규모로만 설치가 가능하다. 소외지역에서는 학생 수가 부족해 아예 설치가 불가능한 것도 아이러니다. 규모가 있는 군 단위에 설치가 되면 인근 사립유치원들은 존폐위기에 놓일 게 뻔하다.

지옥정 한국교통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지금은 과도기 단계라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질 좋은 공교육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기존 사립유치원에게 시간과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아정책을 주관하는 정부부서 또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나눠져 있다. 올해 3월부터 만3-5세 누리과정을 실시하면서 교육과정이 통일됐다. 예전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따로 따로 교재개발을 하는 등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됐다. 박근혜 정권은 2016년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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