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하야’에 콕 찔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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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하야’에 콕 찔린 이유
  • 이재표 객원기자
  • 승인 2013.12.1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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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객원기자

시간은 오직 앞으로만 흘러간다. 따라서 가정(假定)은 의미가 없다. ‘내가 만약 그때 거기에 가지 않았더라면, 거기에서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녀와 결혼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는 얘기다. 그러나 진실이나 정의 등의 개념이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대선이 그렇다.

선거를 일주일 앞둔 12월12일 민주당 관계자들이 한 오피스텔에 진을 쳤다. 국정원 직원이 선거관련 댓글작업을 벌이는 공간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나중에 ‘국정원 댓글녀’로 통하게 된 김 모씨는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사흘 동안 나오지 않았다.

여당과 다수 언론은 민주당 관계자들이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했다고 했다. 경찰은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12월17일 ‘댓글의 흔적이 없다’는 수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그러나 대선 후 드러나는 진실은 어마어마하다. 아직 전모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11월20일 서울중앙지검이 공소장을 변경할 당시에 공개한 인터넷 댓글과 트위터 글은 무려 121만2467건에 달한다. 국방부도 달았고 민간인 알바도 고용했다.

국정원이 댓글까지 달았을 정도면 무슨 짓은 안했겠냐는 생각도 든다. 일개 국회의원 보좌관의 소행으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해 투표소 찾기를 무력화시킨 소위 ‘선관위 디도스’, 비록 진실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충청리뷰가 첫 보도했던 ‘터널 디도스’ 등 기상천외한 사례들이 있으니 말이다. 부정선거의 도구가 정녕 고무신, 막걸리, 돈 봉투뿐이라고 믿는가?

이렇게 가정해 보자. ‘국정원 등 정부기관이 총체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경찰이 의도적으로 댓글의 흔적은 없다는 수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하지 않았다면, 선관위가 오피스텔의 문을 열어 댓글의 현장을 확인했다면, 아니 댓글녀를 사흘씩이나 감금(?)하도록 방치하지 말고 서둘러 구해냈다면?’

다 떠나서 유권자들이 감금과 셀프감금만 구별할 수 있었다면 선거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그러고 보면 여당의 주장만을 앵무새처럼 되뇐 일부 언론도 역사적 책임 앞에 자유롭지 못하다. 어찌 됐든 흘러간 사실들을 고칠 수는 없지만 진실과 정의에 비추어 잘못된 결과는 반드시 바로잡아야한다. 그런데 ‘대선불복’만 입술에 담아도 벌떼처럼 달려든다.

통반장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데 정보라는 강력한 수단을 손에 쥔 권력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무조건 복종을 요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불복이 곧 하야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일단 부정선거의 전모를 밝히고 책임질 사람이 누군지 가려보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불복이라는 단어에도 기겁을 하는 것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의 전모와 그에 따라올 수 있는 결과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장하나(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은 사퇴하라”고 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즉각 장 의원에 대한 제명요구안을 제출했다. 대통령 사퇴를 입에 담았다고 국회의원이 제명돼야한다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봉건국가다. 대통령이 아니라 왕을 모시고 사는 셈이다. 대선불복이라는 구호가 하야로 바뀌는 명분을 여당 스스로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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