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프로그램으로 전신주 올랐던 육춘임 씨, 12월 정년 퇴임

KT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산다>(감독 김미례)에서 KT 직원 육춘임(58)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KT를 사랑합니다”. 육 씨는 KT 인력퇴출프로그램 대상자로 분류돼 50세의 나이에 전봇대에 오르는 업무를 배당 받았던 직원이다. 그는 “하루에 7~8번 전주에 오르다보면 쥐가 난다. 그때마다 옷핀을 가지고 다니면서 내 손으로 허벅지를 찔렀다. 살기위해서”라고 말했다.


육 씨는 1974년 당시 체신부 114 안내원으로 입사했다. 육 씨의 순탄했던 직장생활은 2001년 KT가 114를 분사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대규모 감원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육 씨는 버텼다. KT는 명예퇴직을 거부하는 전 114 안내원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퇴출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이름하여 CP 프로그램. 114 안내원으로 내근직에만 근무했던 여성직원들을 전신주에 오르게 했다. 전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전신주에 오르게 하고 무서워서 내려오지도 못하는 여성들을 방치했다.

육 씨도 그런 여성들 중 하나였다. 그의 직장 상사는 자신을 퇴출시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문책성 발령까지 받았다. 그녀도 덩달아 문책받은 직장 상사의 근무지로 다시 이동됐다.

이 기간동안 육 씨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 주변 동료들과 함께 KT의 퇴출프로그램의 실체를 캐기 시작했다.

2010년 그렇게 해서 육 씨와 동료들은 청주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와 함께 퇴출프로그램의 실체를 공개했다. 끝까지 실체를 부인하던 KT도 결국 이 사실을 시인했다. 법원도 KT의 퇴출프로그램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KT는 더 이상 전직 114 안내원 출신 여성을 전봇대에 올리지 않았다. 육 씨는 만 58세가 정년인 회사의 규정에 따라서 12월 31일 정년이 돼 퇴직 한다. 그는 오늘도 말했다. “그래도 저는 KT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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