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성적평가 조작, 장학사 2명 ‘중징계’ …인사과장·계장 ‘불문경고’ 그쳐
청주지검, 도교육감 ‘무혐의’ … 인천지검, 시교육감 부인 불구 ‘기소’ 조치

최근 청주지검은 도교육청 인사비리 의혹사건과 관련 공무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종결했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은 충북도교육청이 특정인 승진을 위해 근무성적 평정(이하 근평)을 임의로 조작했고 승진 대상자를 사전에 내정했다는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기용 교육감을 비롯해 인사 관련자 9명에 대해 징계토록 통보했다. 이를 근거로 지역 시민단체가 지난 2월 관련자들을 고발했고 청주지검이 수사에 착수했던 것.

▲ 올초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로 전국 시도교육청의 근무성적평가 조작 실태가 드러났다. 충북도교육청도 도교육감을 포함, 9명의 공무원이 징계대상이 됐지만 태산명동에 서일필로 끝나고 말았다. / 충청리뷰DB

충북 뿐만 아니라 경남·인천시교육청도 같은 시기에 유사한 근무평정 조작 혐의가 드러났다. 경남, 인천은 감사원이 직접 수사의뢰해 검찰수사가 시작됐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청주지검은 9개월간의 수사 끝에 총무과장과 인사계장 등 2명을 사법처리 하는데 그쳤다.

반면 인천지검은 행정관리국장을 구속하고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을 불기속 기소했다. 조사내용은 엇비슷한 데 수사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번 사건의 배경과 수사과정을 되짚어 본다.

과장·계장 2명이 자의적 근평조작?

감사원은 지난해 5월부터 충북교육청을 비롯한 5개 교육청에 대한 집중적인 인사감사를 벌였다. 최종적으로 부당인사 관련자 9명에 대해 징계토록 통보했다. 부교육감과 교육국장, 과장, 인사담당 장학관, 장학사, 총무국장, 인사계장 등이 포함됐고 선출직인 교육감에게는 ‘기관 주의’ 조치를 내렸다. 사실상 실무 계장부터 최종 결제권자까지 총망라된 징계 결정이었다.

당초 감사원 감사내용을 보면 이기용 교육감은 2011년 1월 담당과장을 집무실로 불러 특정인이 승진될 수 있도록 근무평가에 반영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 이에따라 사무관 5명의 근무성적을 특별한 사유 없이 최하 등급인 ‘양’으로 하향 평정하고, A씨 등 10명의 근평을 ‘수’로 평정하는 등 임의 조정했다.

결국 사무관 중 2위로 상향 조정된 B씨가 같은 해 7월 서기관으로 승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유치원장 승진요건을 ‘경력 27년 이상’에서 ‘26년 이상’으로 바꾼 뒤 5순위인 원감을 4순위자보다 먼저 원장으로 승진시켰다.

또한 장학관 승진과 교육지원청 교육장 임용을 위해 인사위원회 심의 절차를 생략한 채 ‘교육공무원 임용서’ 결재 절차를 밟아 2011년 9월 장학관과 교육장으로 각각 승진임용된 충북도교육청 소속 C씨와 D씨에 대해서도 징계통보 했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행정처벌인 징계는 어떻게 내려졌을까? 우선 올 1월 도교육청 인사위원회에서 총무과장과 인사계장은 ‘불문 경고’를 받았다.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로 인사상 불이익조차 받지 않는 형식적 처벌인 셈이다. 교육공무원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징계의결한 6명 가운데 부교육감, 국장 등 4명은 ‘견책’ 인사담당 장학사 2명은 ‘감봉’ 처분을 받았다. 인사부서 실무 책임자는 최저 수준의 징계를 받고 인사 장학사는 중징계를 받은 셈이다. 누가봐도 형평성에 어긋난 처분결과다.

당시 총무과장과 인사계장은 검찰 수사결과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기소됐다. 형사처벌까지 유력한 혐의사실에 대해 도교육청은 ‘불문 경고’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셈이다. 검찰 수사 결과대로라면 교육감이나 상급자의 지시도 없는 상황에서 근평조작을 일삼은 과장, 계장에게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다.

한편 인천지검의 인천시교육청에 대한 인사 비리 수사 결과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인천지검은 나근형 시교육감을 정점으로 한 근평조작의 전모를 밝혀냈다. 나 교육감은 부하 직원인 한모 행정관리국장과 짜고 지난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뒷순위인 자신의 측근 인사를 앞순위의 4급 승진대상자로 올리는 등 근평을 조작하도록 당시 인사팀장에게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나 교육감의 부당한 지시로 승진인사 때마다 매번 1∼2명의 승진 불가능 직원이 승진 대상자에 포함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도교육청, 근평조정위 2년간 ‘휴업’

특히 나 교육감은 5급 이상 직원들로부터 해외 출장비, 명절 휴가비 명목으로 2000여만원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대해 나 교육감측은 법정에서 “금품수수는 대가성 없는 것이고 근평을 조작한 직원들은 나 교육감으로부터 직접 지시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나 교육감은 법정에서 부하직원인 행정관리국장과 ‘핑퐁게임’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기용 충북교육감 측도 비슷한 해명을 하고 있다. 인사 실무자가 소속 과장, 국장, 부교육감과 협의해 기초 작업을 하면서 “교육감의 의견을 듣고 근무성적평정을 하는 것은 관행”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충북도교육청은 근무성적평정위원회조차 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감의 의견 한마디가 인사원칙인 셈이고 다른 의견을 낼 공식창구도 없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지역언론 인터뷰를 통해 “근평위원회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부교육감은 교육감 전횡을 견제하지 않고 부당개입을 묵인하거나, 인사부서 담당자 등이 인사위원회 심의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승진하는 등 인사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인천지검, ‘플리바게닝’ 수사로 자백 끌어내>

청주지검은 도교육청과 청주교육청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의 계좌추적과 통화내역을 분석하는등 수사력을 총동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감의 근평조작 직접 지사 여부와 청탁수수 의혹을 뒷받침할 내용이 없었다는 것.

그렇다면 한두명도 아닌 10여명의 근무평정을 조작한 것이 과장·계장 2명의 공모로 진행될 수 있었을까? 2명의 공모에서 그쳤다면 교육부가 인사담당 장학사 2명을 중징계 감봉 처분한 이유는 무엇인가? 더구나 그런 위험한 불법 행위를 하면서 은혜(?)를 입은 쪽으로부터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았다는 것도 의문이다. 결국 검찰은 온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답을 내놓은 셈이다.

유사한 사건을 놓고 인천지검은 8개월만에 교육감을 기소한 반면 청주지검은 무혐의 종결처리했다. 과연 양 지검의 수사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진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인천지검은 공조직 내부의 은밀한 비리인 점을 감안해 ‘플리바게닝’ 수사방식을 택했다. 상급자의 범행사실을 털어놓으면 처벌을 면해주는 방식이다.

실제로 인천지검은 근평 조작에 가담한 교육청 인사담당 실무자들에 대해 상급자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범행한 점 등을 감안, 형사 입건하지 않았다. 심지어 뇌물공여자들에 대해서는 “뇌물 금액이 적고 수사에 협조한 부분 등을 감안”해 기소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의 화살을 빗겨간 이기용 교육감은 ‘교육공무원 근무성적평정조정위원회’를 식물위원회로 방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의 ‘2012~2013각종 위원회 운영현황’에 따르면 올해 도교육청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 56개 중 회의를 한번도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는 17개(30%)에 이른다.

특히 ‘교육공무원 근무성적평정조정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국가공무원인 부교육감이 위원장을 맡아 간섭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조차 주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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