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현 청주시립예술단 운영지원팀장

충북 예술인들의 큰 잔치이자 한 해 농사의 마무리라 할 수 있는 ‘제55회 충북예술제’가 10월 28일부터 보름동안 ‘예술은 감동이다, 감동은 힘이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그동안 ‘청풍명월 예술제’로 개최되어 오다가 13년 만에 본래의 명칭인 ‘충북예술제’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게 된 것이다.

큰 행사를 진행하다보면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기 마련이다.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충북예술제를 개최하고 추진하는 것은 충북 예술제가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지난 세월의 수많은 풍파 속에서도 55회를 개최해온 충북예술제는 예술인들만의 행사라는 오명도 있지만, 충북예술인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도민들에게 수준 높고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자존심이다. 다만 이러한 예술제가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일상 속 여가처럼 도민들에게 더 친근하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적되지 않는 객석을 보며 드는 허전함과 아쉬움은 둘째 치고 도민들을 공연장이나 전시장으로 오게끔 얼마나 노력하고 발품을 팔고 있는지 충북예술인들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해 볼 일이다. 밥상을 차리는 것은 집행부의 몫이지만, 수저를 뜨게 하는 것은 우리 충북예술인들 각자의 의무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충북예술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공연장 대관이나 제작비 마련의 어려움으로 인해 순수공연예술계는 위축되어 있으며, 전시예술분야 역시 그 모양새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형편이다. 또한, 예술계의 가장 기본적 인적 인프라의 근간인 지역대학들이 경쟁논리에 따른 예술관련 전공학과 축소 및 폐지를 결정함으로써, 전공자의 감소로 인해 지역예술계의 활동과 자존감이 더욱 더 위축되고 있다.

청주대학교 무용학과는 30여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며 지역예술계의 든든한 한 축을 지탱해 왔지만 그동안 수차례의 명칭 개편과 정원의 축소를 거치면서 이제는 공연예술전공(국악포함)으로 몇 명의 마지막 졸업생만을 남기고 있는 실정이다. 청주대는 최근 회화학과의 명칭까지도 비주얼아트학과로 변경하면서 순수예술과의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원대도 예술대학 폐지를 발표했다가 동문 및 지역예술계의 반발로 학과통합을 통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번복한바 있다.

이제는 우리 예술인들 스스로 충북예술계를 넘어 대한민국 정책입안자들에게 지역예술학과의 생존과 발전에 대한 방안수립을 촉구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충북지역 대학들의 예술학과 폐지 및 축소는 곧 충북예술계의 텃밭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며, 지역예술이 위축되면 대한민국 예술계의 뿌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정책구호로만 외치는 ‘문화부흥’, ‘문화르네상스’가 아니라 예술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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