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고프던 그 시절도 모두 추억이구나
상태바
배 고프던 그 시절도 모두 추억이구나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12.06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머신타고 과거로 여행 안내하는 <충북인의 기억이 머무는 곳>
강대식 법학박사·사진작가


지난 11월 27일 사진작가 김운기 선생님의 출판기념회에 초대 받았다. <충북인의 기억이 머무는 곳>이라는 제목의 책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책을 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내가 태어나고 자란 유년 시절인 60~70년대 시간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60~70년대는 아직 우리나라가 산업사회로 접어들기 전이었고, 늘 배 고픔의 연속이었다. 농촌에 사시면서 내 땅 한마지가 없던 부모님은 쉬는 날 없이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품팔이를 가시거나 남의 토지를 얻어 농사를 짓는 일로 힘겨워 하셨다. 소작농으로서 7남매를 키워야 했기 때문에 농번기에는 제대로 팔다리 펴고 쉬시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당시 우리 농촌의 사정은 다른 이웃들도 비슷한 실정이었다. 농촌은 풍요로워 보여도 속으로는 늘 부족하였고, 농촌에서의 생활이 어렵다며 대도시로 출향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우리 마을에서도 나와 가장 가까웠던 동창생 4명 중 3명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모두 서울과 인천으로 이사를 가버렸다. 그만큼 농촌지역에서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산다는 것이 당시 부모님들의 마음에도 버겁게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도 농번기에는 농사일을 거들지 않으면 안 되었고, 소키우는 일을 도맡아 해야 했다. 소를 끌고 들로 나갈 때는 지게를 지고 나서 소가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을 때 쇠꼴을 베어 한 지게 가득 채우고, 해가 서녘으로 넘어갈 때쯤 소를 끌고 쇠꼴을 가득채운 지게를 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하루일과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가난했던 60~70년대

▲ 제목: 충북인의 기억이 머무는 곳 펴낸곳: 충북학연구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는 경칩이 되면 못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논으로 간다. 쟁기를 이용하여 아버지가 논을 갈고 써레질로 다듬어 놓으면 우리는 못자리판을 만들기 위하여 길고 네모지도록 논바닥 흙을 퍼 올려 둔덕을 만든다. 그 위에 볍씨를 뿌린 후 쪼갠 대나무로 둥글게 활을 만들고 그 대나무 위에 비닐을 씌운다. 그렇게 못자리판을 만들 때쯤은 아직도 논물에 살얼음이 생길 정도로 차기 때문에 종아리는 얼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안겨준다.

힘든 과정을 거쳐 모를 쪄내서 모내기를 하고, 한여름 논바닥이 갈라지는 가뭄이 오면 웅덩이에서 논으로 두레질로 물을 푸고, 낱알이 익어 고개를 숙이면 숫돌을 꺼내 낫을 갈아 벼를 벤다. 그렇게 빈 벼는 두 개를 엇대어 논바닥에 세워 말린 후 탈곡기를 이용하여 탈곡을 했는데 탈곡기의 ‘왜롱’거리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뿌듯하게 하였다. 탈곡된 벼들은 갈퀴로 볏짚을 걷어내고 가마니에 담아 정미소로 가져가 방아를 찧었다.

그리고 탈곡이 끝난 볏짚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이를 이용하여 새끼를 꼬거나 가마니, 멍석, 거적들을 겨울내내 만들었고, 초겨울 날이 따뜻한 날에는 이엉을 만들어 지붕에 새 옷을 입혔다. 이런 60~70년 시골상은 현재와 비교해 볼 때 낙후된 농경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농경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따뜻한 정과 맛깔스러운 추억이 숨어있다.

미래를 사는 모티브 제공하는 과거

매일 컴퓨터로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위성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우리의 모든 것들을 기록한다. 언제 비가 올지 눈이 내릴지 매일 일기예보를 통해 인지할 수 있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김운기 선생님의 <충북인의 기억이 머무는 곳>은 우리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여행하도록 인도한다.

책속에서는 1부 풍요를 기약하며 과거의 논농사에 관련한 사진과 도구들을, 제2부에서는 농사를 마무리한 후 그 결실을 이용한 음식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들을, 제3부에서는 실생활에서 사용되던 가장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제4부에서는 의복과 관련된 물건들을, 제5부에서는 향수가 깃든 삶의 공간들을 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 채워 놓았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과거를 기억하기 보다는 미래의 풍요를 기약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과거에 연연하는 것 보다는 미래의 발전된 생활상을 기대하며 사는 것이 효율적이고 이상적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과거가 없이 현재도 미래도 없다. 과거는 현재를 사는 우리의 삶에 아름다운 추억과 향수를 불러다 주고 미래의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모티브를 제공한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는 날. 김운기 선생님의 <충북인의 기억이 머무는 곳>을 펼쳐 놓고 화롯불에 밤이나 고구마를 묻어 놓은 후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분명 그 속에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추억담을 들려주시던 부모님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꿈처럼 아스라하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