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운동은 내가 선택한 최선의 운동…힘들지만 자부심 커
30년전 정규직이 외친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이제는 우리 차례


“이제 학교 마져 민주노총의 희생양이 되는가? 학교와 관계 없는 민노총 관계자들 다모여서 무엇을 바라는가? 학교비정규직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을 등지고 민주노총의 등 뒤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가? 당신들의 자녀가 학교에서 빵으로 점심을 먹는다면 그냥 있겠는가”

학교비정규직노조 파업에 참가한 조리원을 해고하라고 요구한 단체의 관계자가 SNS에 올린 글이다.

반면 1999년 작고한 브라질 카마라 대주교는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인(聖人)이라 부르고,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왜 먹을 것이 없는지 물으면 사람들은 나를 사회주의자라고 부른다”는 말을 남겼다.

저임금과 갖은 위험을 무릅쓰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벗을 자처한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비정규직 활동가’로 불리는 사람들. 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비정규직 활동가 3인을 북카페 담쟁이에서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옮긴다.

"해고는 사람의 영혼을 잠식한다."

▲ 채려목(공공서비스노조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충북지부 조직부장)
채려목(29)조직부장은 2011년부터 공공서비스노조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충북지부(이하 전회련)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노조 초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전화 소리만 들어도 공포와 패닉에 빠졌다. 오는 전화마다 해고를 당했다는 조합원의 전화였다. 조합원들은 짧은 말 몇 마디만 남기고 울기만 했다.” 

조합원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기쁨도 잠시였고 그에게 닥친 것은 ‘해고의 바다’였다고. 그때 전화 소리만 들어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힘들었단다. 그에게 해고란 ‘사람의 영혼을 잠식하는 것’이다. 아직도 그 당시 조합원들의 초점없는 멍한 눈빛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 활동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채 부장은 단순하게 대답했다.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선택했을 뿐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의 급여는 월 130여만원 정도. 민주노총이나 공공서비스노조등 상급단체의 활동가 급여보다는 적은 편이다. 그러나 급여에 대한 불만은 없다. 채 부장은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과 동일한 급여를 받기로 했다. 방학 등 일정기간 동안 일을 하지 못하는 비정규직에 비해 1년 내내 일하는 것으로 간주돼 오히려 월급을 더 받는다”고 채 부장은 말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노조의 힘’을 꼽았다. 노조의 역할이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을 하는 것이고 그 결과물이 단체협약인데 2년이 넘도로 이를 맺지 못하면서 전회련의 한계를 느낀다고 채 부장은 말했다.

그는 “도교육청과 전회련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너무 크다. 교육청이 교섭을 나오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그것도 법원의 가처분 판결이 있고 나서야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가 보여 줄 수 있는 힘은 파업이다. 그런데 파업을 하면 난리가 난다”며 교육청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과 부딪혀봐야 실상을 안다."


▲ 김태윤(공공서비스노조돌봄지부충북지회사무국장)
김태윤(45) 국장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근무여건이었던 상급노조 활동을 스스로 그만뒀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다. 그는 현재 노조에서 받는 월급이 없다. 월급을 줄 돈 조차도 없는 노조임을 알면서 스스로 활동을 자원했다. 김 국장은 2011년부터 돌봄지회에 몸담고 있다.

그동안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해고사태, 요양보호사 미지급임금 집단 진정, 진천 원광은혜의집등 간병과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활동을 수행했다.

김 국장 역시 비정규직 노조로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사용자에게 커다란 요구를 하지 않는다. 100여가지의 협상안을 요구하는 노조와 달리 우리는 6,7가지 정도를 사용자에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요구안마저도 따지고 보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것이란다. “야간에 근무한 것에 대해 야간근로수당을 달라는 것이다. 시간외 근무를 했으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는 정도가 우리의 요구”라고 김 국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겪었던 사용자들 대부분은 이 조차도 무시했다.  사용자들은 “법을 지키라는 말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노조를 와해시키기에만 관심이 있다”며 “조합원들에게 다른곳에 취업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협박이 난무한다고 김 국장은 설명했다.

현재 노동운동진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김 국장은 “지금 정규직 노동자들은 30년 전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싸웠다”며 “현재는 우리가 똑같은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싸움에 힘이 있는 정규직노조가 연대해주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부족하다는 것이 김 국장의 생각이다.
그는 김인국 신부의 말을 인용해 “자본은 동맹을 하는데 우리는 연대에 머물고 있다. 이 연대마저도 구호에 머문 경우가 많다”며 “노동자중 가장 약자인 비정규직 운동에 민주노총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도 안되는 상식밖의 일이 넘쳐난다"

▲ 김현이(청주노동인권센터사무차장,청년유니온조합원)
김현이(26) 차장은 부당한 처우를 당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상담을 하고 법률지원을 해주는 일은 하고 있다. 대학 전공이 법률과 무관하지만 청주노동인권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노동법을 공부했다.

그렇다 보니 김 차장은 “세상에 말도 안되는 일이 많아서 너무 놀랐다”고. 사회에 첫발을 내딘 곳에서 어두운 단면을 접하게 돼 충격을 받았다고 김 차장은 2년 전 상황을 떠올렸다.

이 과정에서 ‘힘들고 억울한 사연만 접하다 보니 우울해지기도 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졌다“고 자신이 겪은 변화를 설명했다.

그래도 “힘든 사정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하라며 만원을 꼭 쥐어주시는 분들도 있다. 결과가 좋게 나왔을 때 같이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며 이럴 때마다  커다란 동기가 부여됐다고 김 차장은 말했다.

김 차장은 현재 13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월급이 적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다만 민주노총이 활동가에게 부여하는 안식년제도 같은 것을 보면 부럽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노동인권 상담 활동가 이자 청년유니온의 조합원이기도 하다. 김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청년유니온은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가입대상이다. 조합비는 월 3000원에서 1만원까지 소득에 따라 차등해서 내고 있다. 아마도 1만원을 조합비로 내는 자신이 조합비를 가장 많이 내는 조합원 일 거라고 김 차장은 말했다.

앞으로 활동에 대해 김 차장은  “사회에 만연한 비상식이 사라지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며 노동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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