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부터 해고, 교섭거부 다반사…정규직노조보다 몇배 힘들어
쥐꼬리 조합비에 상급단체 의무금까지…민주노총차원 지원 필요

▲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가난한 밥상. 간병인으로 일하는 송정애씨는 1주일치 밥을 해와 냉장고에 얼려 놓는다. 그리고 매 끼니때마다 전자레인지에 녹여서 먹는다.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은 영국신문 가디언을 인용해 11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경제불평등이 오늘날 살인자와 같으며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맞써 싸울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프레시안이 번역한 교황의 권고문에는 “인간 자체가 쓰고 버려지는 소비재로 간주되고 있다. 인간이 쓰고 버려지는 존재가 된 문화를 우리가 만들었고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더 이상 착취와 억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차원의 문제”라고 되어 있다.

이어 “배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떨어져나가는 문제와 관계가 있다. 배제된 사람들은 더 이상 사회의 밑바닥이나 주변에 속한다거나 권리가 박탈됐다는 정도가 아니다. 그 사회의 일원도 아니라는 것이다. 배제된 사람들은 착취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것이며 잉여가 된 것이다”고 교황은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경제불평등이 오늘날 살인자와 같으며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맞써 싸울 것”을 촉구했다.

교황의 권고처럼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경제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비정규직 노조의 현실을 살펴본다.

대한민국의 빈부격차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중 하나로 꼽힌다. 이같은 사실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2009년 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10%의 가계소득은 하위 10% 가구의 4.7배에 달한다. 상위 10% 가구가 470만원을 벌 때 하위 10% 가구는 월 100만원을 벌지 못했다는 의미다. 반면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북유럽 대표 국가들의 소득 10분위 배율은 덴마크가 2.72, 스웨덴은 2.79로 낮다. OECD 평균은 4.2에 불과하다.

전세계적으로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중에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이같은 현상의 배후엔 누가 있을까?

바로 노동조합이 완충지대다. 보통의 기업은 기업의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시켜 임금삭감이나 구조조정으로 이익을 보전하려 한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선 강력한 노조가 존재한다. 따라서 적정한 분배선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이들 나라의 강력한 노조는 높은 조직률에 밑바탕한다. 스웨덴과 덴마크의 노조 조직률은 자그마치 70%를 상회한다. 또 이들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적용되는 비율을 보면 스웨덴과 핀란드는 92.5%, 덴마크는 82.5%로 높은 적용률을 보였다. 반면 한국은 노조 조직률 10.3%,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 1.7%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 때문에 한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되곤 한다.

현재 충북지역에는 학교비정규직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공공운수노조전회련본부(지부장 김미경)에 2100명, 간병,요양보호사,활동보조인이 가입한 돌봄지회(지회장 윤남용) 400여명, 청소노동자들이 주로 가입한 평등지부, 전국공공비정규직노조 등 3000여명이 노조에 가입해 있다.

이들 노조가 현실에서 넘어야 할 벽은 만만치 않다. 노조를 결성하고 첫 번째 부딪히는 것은 노조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감이다. 사용자들은 이들 대부분이 1년단위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허점을 노려 계약해지 형식의 해고를 남발한다.

영동군립병원과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2011년에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 초정노인전문병원은 올해 노조가 결성되자 노조원이 집중돼 있는 요양원을 폐업하는 형식으로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노조가 유지되더라도 사용자의 교섭거부나 해태 등으로 단체협상에 난항을 겪는다.

2011년 조합원을 대거 가입시킨 전회련과 학교비정규직 노조는 2012년에 이기용 교육감을 상대로 교섭을 요청했지만 한 차례도 교섭이 이뤄지지 않았다. 1년이 지난 뒤 노동위원회의 결정과 법원의 가처분 판결이 나온 뒤에야 충북도교육청이 교섭에 응했지만 지금까지 합의된 것은 몇 조항에 지나지 않는다.


어려운 형편에  상급단체 의무금까지

비정규직 노조가 겪는 어려움 중에서 넉넉하지 못한 재정도 큰 몫을 차지한다. 노동조합의 재정은 조합원이 내는 조합비에서 마련된다. 노동계는 통상 평균임금의 1%, 혹은 통상임금의 1.5%를 조합비로 징수한다. 하지만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비정규직 현실상 징수되는 조합비도 상대적으로 적다.

400여명의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공공서비스노조돌붐지부충북지회(이하 돌봄지회)의 회계를 살펴본 결과 이들 노조는 활동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돌봄지회에 가입한 230명의 활동보조인은 월 5000원의 조합비를 납부한다. 활동보조인들의 평균임금이 월 68원에 불과해 이를 반영한 조합비다.

74명이 가입한 간병인 분회는 월3만원의 조합비를 납부한다. 하지만 지회에 납부되는 것은 5000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간병인들의 알선 업무를 수행하는 분회장의 임금을 지급한다. 100여명의 요양보호사들은 월 1만원을 납부한다. 이렇게 해서 매월 걷히는 조합비는 대략 200만원 초반대다.

여기서 이들은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분담금 몫으로 조합원 1인당 매월 4700원정도를 의무금으로 납부한다. 조합원 1인당 300원 정도가 지회 몫으로 남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상근자의 임금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반면 민주노총이나 공공운수노조는 돌봄지회에 대한 이렇다 할 지원도 없다. 윤남용 돌봄지회장은 “솔직히 화가 난다.

현재 상태는 가난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조합비로 민주노총과 공공서비스노조를 지탱하는 것 밖에 안 된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어 “지난 달에 민주노총충북본부로부터 조합원 1인당 5000원의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통보받았지만 낼 돈이 없다”며 “민주노총 차원에서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윤 지회장은 말했다. 

작지만 강한 연대, 돌봄지부 후원회
비정규직 지원위해 150명 노동자 자발적으로 매월 1만원 납부

▲ 비정규직 노조인 돌봄지회 후원회 실무업무를 맡고 있는 우진교통노조 홍순국 위원장
간병인과 요양보호사, 활동보조인들이 가입해 있는 돌봄지회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정규직노조가 나서 후원금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우진교통노조, 정식품노조,한국네슬레노조, 엘지화학노조, 엘지하우시스노조 등 청주지역의 노조는 올 3월부터 돌봄지회에 매월 150만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노조는 돌봄지회가 재정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후원회를 모집해 이같은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활동은 우진교통에서 최초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순국 우진교통노조 위원장은 “비정규직에 대한 연대를 매번 구호로 외쳤지만 얼마나 잘 실천 했는지 의문이었다”며 “비정규직을 위해 헌신하는 노조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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