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각 서원대 교수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인가?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하여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와 비교적 무관하게, 일단의 학자들은 그렇다고 본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경제인’이니 정치학 등에서 말하는 ‘합리적 행위자’니 하는 개념이 바로 그런 견해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즉 인간은 주로 물질적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최소비용 최대효과라는 원칙하에 행동한다고 간주하고, 그런 인간을 경제인이나 합리적 행위자라 부른다. 상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은 가능하면 원가를 적게 들여 상품을 만들고자 하며, 그 상품을 가능하면 비싼 가격으로 팔고자 한다. 소비자는 가능하면 좋은 상품을 싼 값에 사고자 한다. 이런 사람들이 경제인이요 합리적 행위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시장에는 거대한 두 개의 집단이 있어서 이 사람들이 ‘정치’라는 상품을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두 집단의 시장점유율이 90% 혹은 그 이상이니 말이다. 소비자들은 싫건 좋건 둘 중 하나가 공급하는 상품을 살 수밖에 없는, 거의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 물론 두 집단의 상품 중 어느 한쪽을 더 좋아해서 그 상품을 사는 소비자들도 많다. 그러나 두 상품 모두 싫은데 어느 한쪽이 덜 싫어서 그 상품을 사는 소비자들도 많다.

그런데 이 두 거대 집단은 날이면 날마다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은 두 집단 모두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손쉬운 장사를 하고 있다. 두 집단 간의 경쟁이나 싸움은 단지 1등을 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1등 하면 아주 좋지만 2등 해도 최소 100 수십 석의 의석은 거의 떼놓은 당상이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기득권 아닌가? 그렇다면 이 두 집단 간의 이해(利害) 차이는 단지 1등을 누가 하느냐에 따른 차이일 뿐이다. 이 차이보다는 기존의 시장 판도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공통의 이익이 훨씬 더 큰 것 아닌가?

상황이 이러하다면, 그리고 두 거대 집단이 ‘합리적’이라면, 두 집단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제3의 세력이 새로운 집단을 형성하여 새로운 상품을 들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일이 될 것이다. 다행인지 유감인지, 지금까지 이런 일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1 대 1 경쟁에서 이겨 1등이 되고자 하는 것은 그 다음으로 중요한 목표이다. 다자간 경쟁 구도라면 각기 살아남고 나아가 1등 하기 위해 더 좋은 상품의 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 쏟을 것이지만, 1 대 1 경쟁 구도이니 경쟁에서 져도 생존은 말할 나위도 없고 엄청난 기득권이 보장되는 은메달이기 때문에 굳이 더 좋은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연구개발 같은 것은 안 해도 된다. 괜히 1등 경쟁하느라 판 자체를 흔드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건 두 집단 모두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더 쉽게 말하면, 어리석은 행동이 된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이 겪어야 했던 법적, 제도적 제약과 정치적, 이념적 견제 내지 억압 등을 한번 생각해보라. 부정선거의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불복은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저 거대 야당의 태도를 보라. 설마 예화가 부족하지는 않겠지?

이미 대단히 이기적, 아니 ‘합리적’인 사람들에게 ‘합리성’을 버리라고 요구한다면 그 요구가 받아들여질까? 그 합리성이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르는데? 합리성을 버리고 어리석은 사람이 되면 기득권은 물론이요 생존 자체를 위협 받게 될지도 모르는데? 문제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너와 나, 우리 유권자들도 이기심, 아니 합리성으로 무장하면 된다. 진정으로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을 만들고 키워 나가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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