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어른들이 하는 소리를 귀담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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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어른들이 하는 소리를 귀담아 들어라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11.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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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살이 되는 금언으로 가득찬 책 <징비록>, <지조론>
이수한
충북도 국제통상과 국제정책팀장

400여 년 전 영의정을 지낸 유성룡이 임진왜란 전후로 한-일 관계와 전쟁의 참상을 그린 <징비록>, 1960년대 4.19와 5.16의 격동기에 추상같은 쓴 소리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 조지훈 선생의 <지조론>은 21세기 지금 우리가 읽어도 전혀 시대적 괴리감을 느낄 수 없다. 오늘의 한반도 사람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금언으로 가득 차 있다.

<징비록>은 임진왜란 발발시 좌의정과 병조판서를 겸하고 있던 유성룡이 정유재란 후 반대파의 탄핵으로 관직 삭탈 당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 그간의 공문서(장계)와 메모를 참조하여 전쟁의 실상을 기록한 책이다. 지난날을 반성하고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 후손에게 남긴 고통의 기록으로 우리 역사에 보존되어 온 기록 문학으로써 서책으로는 드물게 국보 제132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책이 최초로 발간된 것은 1633년 유성룡의 아들이 <서애집>에 수록하면서부터이다.

또한 <징비록>은 전쟁 103년이 지난 후 1695년 일본 교토에서 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7년이 지난 1712년 조선 정부는 수출 금지령을 내리기도 한 책이다. 당시 조선 정부에서는 수출 금지령만 내릴 게 아니라 <징비록>을 거울삼아 정부 체제를 바로 세우고 일본의 재침을 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징비록>발간 후 정확히 277년이 지난 1910년 조선은 일본에 병탄 당하고 만다.

이는 그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 지금 우리 한반도의 이야기이다. 지금의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자세히 보라 이 책을 읽다 보면 유성룡 선생의 경고가 현재 한반도 정세와 오버랩 되어 독자의 귓전을 아프도록 때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제목:징비록 지은이: 유성룡 옮긴이: 김흥식 출판사: 서해문집
<징비록>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에 왜군이 부산에 침입했다는 보고를 받고 의주로 도망가는 선조 임금, 그런 왕 밑에 제대로 정신이 박힌 신하가 있겠는가? 김성일, 신립, 원균, 그 당시 아웃사이더였던 정읍 현감 이순신을 유성룡이 발탁하는 장면 등은 유성룡의 국가보위와 국민을 위한 고뇌를 읽을 수 있으며, 독자들은 임진왜란의 전쟁터를 누비는 듯한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어른이 필요한 시대

그리고 <지조론>은 조지훈이 쓴 논설 집을 근간으로 묶은 책이다. 지은이는 소월과 영랑에서 비롯하여 서정주와 유치환을 거쳐 청록파에 이르는 한국 현대시의 주류를 완성한 시인이다. 동시에 자칭 자신의 전공을 민속학과 역사학이라고 하면서 매천 황현과 만해 한용운을 이어 지조를 목숨처럼 중히 여기는 지사의 전형을 보여 주는 인물이다.

▲ 제목: 지조론 지은이: 조지훈 출판사: 나남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진정한 어른이 필요한 시대이다. 몇 해 전 안타깝게 자살한 탤런트 최진실의 경우에도 곁에 어른이 있었다면 아마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인생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을 때는 진심어린 조언이 필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토니 로빈스는 “당신 삶에도 겨울이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얼어 죽고 어떤 사람은 스키를 탄다”고 말했다.

가슴속까지 시린 겨울날 그대로 얼어 죽느냐, 아니면 추락하는 것 마저도 즐기며 스키를 타느냐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자신의 마음가짐과 자신을 단단하게 해 줄 조력자에게 달려있다. 우리보다 몇 번의 계절을 더 보낸 인생의 선배들은 우리에게 스키 타는 법과 겨울을 즐기는 여유를 알려준다. 나는 그런 어른으로 조지훈 선생을 추천하고 싶다.

선생은 1963년 3월 사상계에 기고한 글에서 지금 정체성 잃고. 무엇이 진리고 무엇이 위선인지를 모르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세대들에게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당신들이 태어난 역사는 당신들 마음에 어쩔 수 없는 그림자를 주었고 당신들이 밟아온 과거는 이미 당신을 눈에 눈곱을 끼게 했다는 이 속일 수 없는 사실을 반성하고 자각하란 말이다. 자라면서부터 자유를 배우고 자유를 만끽한 젊은 세대에게 감옥 속의 처신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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