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교육지원청,학교학부모회연합회…선진지 견학 논란
고가 횟집에 음주, 상품권까지 제공…선거법 위반 의혹도

▲ 25일 청원교육지원청은 청원학교학부모연합임원들을 대상으로 선진지 견학을 실시했다. 학부모인성교육과 자녀진로교육역량강화라는 취지는 무색하게 교육은 형식상 진행됐고 곧바로 강릉 바닷가로 여행을 떠났다. 청원학교학부모연합회원들이 교육청이 제공한 관광버스에 오르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자녀 인성지도 및 진로교육 역량강화를 위한 학부모 교육’을 이유로 청원교육지원청(교육장 김수연, 이하 교육지원청)이 주관한 ‘선진지 견학’ 행사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관광성 행사로 치러져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교육지원청은 관내 청원군학교학부모연합회(회장 이재수, 이하 연합회) 임원 30여명을 대동한 채 ‘2013 하반기 청원 학부모연합회 선진지 견학’ 행사를 진행했다. 청원군교육지원청은 행사의 추진내용으로 ‘자녀 인성지도민 진로교육 역량강화’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이 행사의 취지와는 맞지 않게 참가단은 강원도 강릉의 바닷가 근처로 가 고가의 횟집에서 주류를 겸비한 만찬을 중심으로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지원청 세부 행사 계획을 보면 견학단은 오전 9시에 출발해 오창읍 소재 ‘Wee'센터에 9시 30분에 도착하기로 돼있다. 이곳에서  한 시간동안 ’가정형 Wee 센터교육과정 및 소개를 받는 교육이 진행하도록 돼 있다. 이어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을지전망대 일원으로 갔다가 해산하는 일정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이런 행사계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선진지 견학단은 오전 8시부터 타고 갈 관광 버스가 주차돼 있는 청원군 교육지원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가벼운 등산복 차림의 참가자 30여명은 9시에 버스를 타고 오창읍에 위치한 Wee 센터로 이동을 시작했다. 9시 44분경에 Wee 센터에 도착한 일행은 간단한 기념촬영을 마치고 센터 내부로 이동했다. 2층 구조로 돼 있는 Wee 센터 내부를 약 10여 분간 돌아본 일행은 곧바로 버스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교육은 진행되지 않았다.

교육지원청 선진지 견학단 일행은 늦게 참석한 일행을 태우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들이 향한 곳은 강원도 양구 을지전망대가 아니었다. 일행이 도착한 곳은 바닷가가 한눈에 내려보이는 강릉시 강동면의 통일공원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해변에 위치한 강동면 안인일출길에 위치한 횟집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테이블에 8만원하는 회 아홉 테이블을 점심으로 주문했다.

안보현장을 방문한다는 엄숙함에도 불구하고 일행은 소주 10병도 주문했다. 술과 회를 곁들여 선진지 견학단 일행이 이 식당에서 식대로 지출한 총 비용은 78만원. 식대는 2개의 카드로 결제했다. 이같은 사실을 식당주인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확인됐다. 30여명의 참석자를 감안하면 1인당 2만5000원 상당의 고가의 식사를 한 것이다.

이후 통일공원을 돌아본 참석자들은 다시 청주로 돌와 왔고 청원교육지원청 인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상품권을 포함한 경품행사도 진행됐다. 이 행사에 참석한 한 학부모의 말에 따르면 가위바위보 게임과 노래자랑 같은 것을 통해 상품권 20여장이 경품으로 제공됐다. 상품권 이외에도 버섯나물과 구운소금 등 현물도 경품으로 제공됐다. 


교육청 해명 들어봤지만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선진지견학이라는 취지와 동떨어지게 관광성 행사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사코 부인했다.

이번 행사를 인솔한 이 모 장학사는 “이번 행사는 사업계획에 있는 것으로 학부모들이 안보 현장 탐방을 통해 자녀들의 인성과 진료교육을 향상 시키는 취지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장학사는 "청원 Wee 센터를 방문해 특수교육 등 교육청의 정책에 대해 소개하고 알리는 교육을 본인이 직접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장학사의 주장과는 달리 Wee 센터에서는 별도의 교육이 진행되지 않았다. 다만 참가자들이 Wee 센터 내부를 10여분간 둘러본 것이 전부였다.

이 장학사는 나중에 이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내부에서 교육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특수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버스에 탑승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본인이 직접 교육을 진행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한 참석자의 말은 이 장학사의 주장과 배치된다. 이 참석자는 “차에서 5분여 정도 Wee 센터를 소개한 것이 전부였다”고 증언했다. 

일반 학무모를 대상으로 선진지 견학을 진행한 것이라는 이 장학사의 해명도 거짓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확보한 교육지원청 ‘2013 하반기 청원학부모연합회 선진진 견학 알림’이라는 공문에는 명확하게 ‘청원학교학부모연합회 선진지 견학’이라고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지원청이 각 학교에 시달한 공문에는 ‘청원학교학부모연합회 선진지 견학 안내’라는 학교학부모연합회장 명의의 안내지도 첨부돼 있었다.

이에 이 장학사는 다시 말을 바꿨다. 그는 “학교학부모연합회원 뿐만 아니라 일반 학부모 2,3명도 함께 갔다”고 해명했다.

관광성 여행이라는 논란에 대해서도 교육지원청 이 모 장학사는 “바닷가 구경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점심을 해결한 식당을 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해수욕장 백사장 바로 인접한 곳이었다. 이에 대해 이 장학사는 “우연히 식당이 바닷가 근처에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1인당 2만5000원 상당의 고가 식사를 한 것에 대해 이 장학사는 “법령에 근거해 집행했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청원교육지원청의 학부모 선진지 견학 소식을 접한 한 교육관계자는 “바닷가에 가서 회를 먹고 술을 먹는 것이 자녀 진로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며 “소중한 교육예산이 이런식으로 쓰여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충북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런  행사가 관계 법령과 교육부 지침에 의해서 진행된 것이 아니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또 참석자들 중 특정 선거인을 홍보하고 차량과 식사, 경품등이 제공됐다면 기부금품과 편의 제공에 해당 될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부적인 것은 조사를 해봐야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 알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편 이번 행사에 참여한 청원군학교학부모연합회는 공식 단체가 아니라 임의단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 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 관계자는 “각 학교의 학부모회까지만 공식단체고 연합회는 임의 단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예산지원과 관련해서도 “도교육청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그동안 도교육청과 관련된 각종 사안에 대해 도교육청을 옹호하는 입장을 표방해왔다. 현재 청원군학교학부모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이 모 대표는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 사무처장을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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