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11월 설경이 왠지 낯설기만 하다. 대설주의보와 함께 찾아온 첫 눈은 세상을 온통 하얗게 뒤덮었다. 그러나 날씨가 조금 풀리면 눈은 녹고 모든 실체는 원래대로 드러날 것이다.

요즘 박근혜 정부는 눈 덮인 세상이 마치 영원할 것으로 믿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는 어리석은 광기가 팽배해 보여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지난 18대 대선과정에서 엄중한 중립을 지켜야할 국정원을 비롯한 보훈처, 경찰,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실체가 드러났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에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응태도는 진실규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수사 의지를 가진 채동욱 검찰총장을 치욕스럽게 내치고, 수사과정에서 외압을 폭로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역으로 징계를 주고 수사의지 없음을 드러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협공하여 요소요소에서 NLL물타기, 사초 논란을 통해 본질을 흐리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에서 문제 당사자인 원세훈 전국정원장과 김용판 전서울경찰청장 감싸기로 일관하였고, 진실에 근접하자 다시 종북광풍으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리고, 전교조의 법외노조 선언, 전공노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 시민단체까지 옥죄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진실을 가리기 위해 신유신의 부활로 공안 정국을 만들고,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들은 모조리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헌정사상 초유’의 탄압 사건들이 줄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를 다루는 언론보도 행태이다. 닉슨대통령의 하야를 끌어낸 워터게이트 사건은 물타기와 꼬리 자르기, 수사방해를 했음에도 결국 권력에 굴하지 않은 투철한 기자정신으로 치부를 폭로한 기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가기관이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보도, 공정보도, 신속 정확한 정보제공으로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이자 존재 이유이다. 언론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은 유신, 군사독재시대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난을 자초한 이후 다시 한 배를 타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영원한 권력도 없고, 드러나지 않는 진실도 없음은 역사적 순리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 지역이라고 언론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객관적인 핵심보도를 회피하고, 보수단체와 진보단체의 맞불형식의 기사 혹은 취재를 하지 않거나 ‘충북NGO, 통진당과 한 배 타나’식의 자극적인 보도가 대다수이다. 기자의 자질을 의심하기 이전에 스스로 양심에는 떳떳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지향하는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세상에서는 거꾸로 되돌린 시계가 제자리를 찾겠지? 그래서 우리는 20차 촛불을 들 것이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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