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 글씨: 김재천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충북교육청 산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식판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15일 경고성 파업을 강행한 것이다. 이를 전후해 충북교총과 일부 학부모단체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학생들을 굶긴다. 학생인권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난의 아우성이었다.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월 100만원 수준의 낮은 임금을 받고 있음에도 교육현장의 정규직에게 지급되는 밥값과 상여금을 받지 못하며, 명절휴가비와 선택적 복지제도도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학교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파업에 항의하는 단체들이 ‘파업의 이유’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1999년 하버드대 심리학과에서 진행한 실험이다. 6명을 두 팀으로 나눠 각각 검은색과 흰색 셔츠를 입힌 뒤 농구공을 주고받게 했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흰색 셔츠를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라고 했다.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고릴라로 분장한 학생이 끼어들어 가슴을 두드리고 사라졌다. 실험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던져진 질문은 “고릴라를 봤느냐”였다. 믿기지 않겠지만 고릴라를 본 학생은 몇 명이 되지 않았다. 심리학적으로는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이유도 논리도 없다.

교총은 “파업의 배후로 의심되는 단체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고 선동했던 단체 중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론은 이미 내려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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