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복 청주노동인권센터 노무사

▲ 조광복 노무사
청주노동인권센터 정관의 전문 내용은 이렇다.
“노동인권센터는 노동인권상담, 법률지원 그 밖에 노동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활동을 벌임으로써 이 사회에서 여전히 홀대받고 있는 노동자의 노동인권을 드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가운데 비정규노동자, 이주노동자, 성불평등노동자, 장애인노동자, 중소·영세·미조직노동자, 실업노동자와 같은 취약 노동자의 권리 옹호를 가장 앞선 책무로 삼는다.”

센터에 몸담고 있는 나는 이 정관이 담고 있는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노동 상담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더러 의외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른바 ‘보수’의 대표 격으로 일컬어지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에서 중간 간부직을 맡고 있던 분이 해고를 당해서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해고와 복직을 반복하면서 조직 내 왕따, 괴롭힘으로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 분을 몇 년 동안 도와드렸는데 한 번은 술자리에서 말을 한다.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노동인권센터 같은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또 한 번은 보수 중의 보수신문으로 정평이 나 있는 한 언론사에서 해직된 기자를 만난 적이 있다. 정규직 기자로 근무하다 비정규직으로 전락해서 월급도 반 토막이 나고 신분도 불안 불안하다 결국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되었다. 이 분의 해고를 도와드려 복직을 하게 되었는데 고맙다며 센터 후원을 해 주었다.

내가 이른바 진보냐 보수냐 혹은 그 사람이 어떤 사상을 갖고 있느냐를 가리지 않고 노동자를 지원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인권은 경계를 가르지 않는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지금 정권은 경계를 가르고 낙인을 찍지 못해 난리다. 공무원노동조합에게는 설립신고를 돌려보내고, 전교조에게는 노동조합 아님을 통보하고, 통합진보당에게는 해산하라 윽박지른다. 현 정권은 국제 사회의 우려와 비판도,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기준도 아랑곳없는 것 같다.

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당신들과 한 배를 타고 당신들의 뜻에 동참하는 이들조차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곳은 우리 같은 인권단체들이더라. 참 이상하게도 우리 같은 인권단체들은 하나같이 당신들이 낙인찍고 박멸하고 싶은 사상을 가진 곳이더라.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를 복직시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곳도, 차별받고 함부로 취급받는 장애인과 더불어 싸울 수 있는 곳도, 이런 일 저런 일 억울한 꼴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곳이 다 그런 곳이더라.

그 불온한 사상이라는 게 무슨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람은 고루 행복하게 살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경계를 가르고 낙인찍기를 선동하는 무리들이 권리를 억압받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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