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것을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 최종예 피자집 라피자 오가니카 대표
“나는 청국장이 싫어. 냄새도 너무 심하고, 무슨 재료를 넣어도 그 냄새 때문에 재료 맛도 나지 않아. 그래도 가족들이 좋아하니까 할 수 없이 가끔 한번 씩 끓이는데 냄새가 집안 구석구석에 배어서 며칠 동안 아주 머리가 지끈거린다니까”라고 말을 하는데 지나가다 우리 이야기를 들은 어떤 중년의 남자가 냅다 욕지거리를 날린다.

“이런 돼먹지 못한 것들, 어떻게 청국장을 싫다고 말할 수 있어. 당신들 돌은 거 아니야? 청국장은 아무나 누구나 잔소리 하지 말고 좋아해야 해. 어떻게 감히 청국장이 싫다고 이렇게 떠들어 댈 수가 있지?. 앞으로 어디 가서 청국장이 싫다고 말하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라며 눈을 부라리고 주먹을 얼굴에 갖다 대고 소리를 질러댄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싫어, 도대체가 인간에 대한 예의도 없고, 자기가 뭔 말을 하는지, 어떤 말을 했었는지조차 기억을 못해. 최소한 자기가 뭔 말을 했었는지는 기억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매일 술만 먹고 돌아 다녔나,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게?

내 옆을 지나가는 방법대원이 나를 위협한다. 두 가지 사례 중 말이 안 되는, 그러니까 황당한 사건은 어떤 쪽일까?
나는 둘 다 라고 생각한다. 청국장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을 윽박지르는 것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을 무조건 싸잡아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것이나 둘 다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현상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다르고 설령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한데, 그것에 대해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옳고 그르다는 식으로 예단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니까….

그런데 이같이 황당한 일이 지난 금요일 촛불집회에서 있었다. 그날 촛불집회에는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청주에 온 락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고 공연중에 한 멤버가 “독재자 박정희와 그의 딸 박근혜…”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때 마침 집회 참석자들 옆으로 까만 제복을 갖춰 입고 청주시자율방범대협의회라는 어깨띠를 두른 일단의 남성들이 지나가다가 이 소리를 들었고, 그러자 그들 중의 한 사람이 가던 길을 멈추고 참석자들에게 욕지거리를 날렸다. 이에 참석자들이 항의하자 급기야 고성이 오가고 주먹다짐까지 벌어질 뻔한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로 사태가 발전하고야 말았다.

다행히 이 소란은 촛불시위 옆에서 근무중이던 경찰들이 제지하고 여러사람들이 말려서 금방 끝이 났다.
하지만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던 나로서는 단순히 자기와 다른 견해를 표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위협을 가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쿵쿵거리고 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로 무서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그대로 넘겨버리지 못하는 그 사람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공화국 대한민국은 각각의 국민들에게 주권이 있고 그 주권의 운용에 필수적인 의사의 자유로운 표현에 따라 나라가 존재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5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얼굴 생김도 5천만가지로 다르다. 따라서 생각도 5천만가지 이상이어야 하고 이들의 생각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감히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하지 말 일이다.

그런데 생각이 다르다고, 다른 것을 다르다고 말했다 하여 말과 행동으로 위협을 가하는 반민주적인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여 주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좋은 취지로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방범대의 어깨띠를 두르고 있는 사람에게서 그러한 반민주적인 폭력적인 언행이 나온 것이다. 그에게는 시위를 하고 있는 우리가 여타의 범죄자들과 다를 바 없이 비춰졌지 않았나 싶다. 단지 박근혜가 싫다는 의견을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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