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 글씨: 김재천

11월11일은 ‘빼빼로데이’였다. 대한민국 국민,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웬만한 국경일보다 유명한 날이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이날이 ‘농민의 날(농업인의 날)’이라며 빼빼로라는 작대기 모양의 과자 대신 쌀로 만든 가래떡을 나누자는 주장을 펼쳤다.

빼빼로데이에 맞서 가래떡데이를 홍보하기 시작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가래떡이 뻬빼로를 제압하기는 중과부적인 듯싶다. 이날 가래떡은 신문, TV에서만 구경한 반면, 200kcal가 넘는 빼빼로 류의 과자를 여러 갑 섭취했기 때문이다.

빼빼로데이의 유래는 따져볼 것도 없다. 11월11일, 즉 아라비아숫자 1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날이 11월11일이고, 빼빼로라는 과자가 1자처럼 길쭉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처럼 그럴듯하게 지어낸 스토리도 없다.

이에 반해 농민의 날은 서사적인 구조는 부족하지만 철학적이면서도 그럴듯한 해석까지 지니고 있다. 인간은 농민은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 11월11일을 한자로 쓰면 十一월 十一일이 되고 十과 一을 합성하면 土월土일이 된다는 논리다. 또한 이 시기는 한 해 농사를 정리하면서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시기다.

빼빼로도 나이가 먹을 만큼은 먹었다. 1983년 4월에 첫 출시돼 30년 동안 1조원 어치에 가까운 36억갑 이상이 팔렸다. 낱개를 이으면 달을 13번 왕복할 수 있는 물량이다. 물론 전성시대는 빼빼로데이가 등장하는 1990년대 중반 이후다.

가래떡도 1자를 닮았는데 어떻게 설명할 도리가 없다. 스토리와 진실이 통하지 않는 것이 어디 이뿐이랴. 차분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울컥울컥 화가 치미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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