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선거개입이어 시민권 박탈… 유신 회귀 우려 목소리
각계 시국선언 잇따라 … 새누리, 시민단체존립 고려할 상황

▲ 지난 7일, 충북NGO센터에서 26개 시민사회단체가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같은 날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통합진보당과 시민단체를 연계시켜 맹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정원 선거개입으로 촉발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진영의 시국선언에 새누리당 충북도당이 종북 색깔론을 입히며 맞불을 놨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이 종북프레임을 들고 나오면서 지역사회의 현안과 의제 중심으로 오고가던 공방이 중앙정치무대처럼 진보와 보수를 극단적으로 구분 짓는 이념의 전쟁터로 몰고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월 7일 충북26개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충북연대회의)는 “국가기관이 불법으로 선거에 개입해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민의가 왜곡되는 참담한 현실을 개탄”한다며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충북경실련 최윤정 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충북연대회의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여러 정책과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기로 몰아내고 윤석열 수사팀장을 수사팀에서 배제하는 등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으로 시작된 사초 논란과 진보정당의 내란음모 등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며 그 책임을 외써 외면하고 있다”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충북연대회의는 정부가 전교조의 합법적인 노조 지위를 박탈한 것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들은 “국제노동기구(ILO)와 국가인권위원회조차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이를 부정하는 노동법 개정을 권고했다”며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어 노동자를 탄압하는 비인권국가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청구 조치에 대해서도 “재판이 진행중이고 정변 상황도 아닌 데 해산위기에 처했다”며 이는 “법이 정한 사상과 표현의 자유조차 색깔론과 종북이라는 이념의 굴레를 덧입혀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노조가 벼랑 끝에 서고 주민의 생존권이 짓밟히는 이 사태를 지켜 볼 수 만은 없다”며 “과거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집권 여당의 거짓된 선동은 후안무치하다”고 주장했다.

종북 색깔론을 비판하는 충북연대회의 기자회견이 있던 날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일부 시민단체의 이중성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성명에서 시민단체를 통합진보당과 연계시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민단체가 정부를 비판하면서 통진당을 옹호하고 여론을 호도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여론을 무시하고 통진당을 보호해 보겠다는 자세로 기자회견과 집회에 나서는 모습은 충북도민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할 잘못된 행태임이 분명하다”며 “시민단체들은 허울뿐인 가면을 쓰고 시민들의 안녕보다는 정치적 사안에 더 관심을 갖고 특정정당의 편에서 활동하는 정치단체”라고 비난했다.

또 “성추행, 학력 위조 등 이 단체들에 몸담았던 인사들의 도덕성을 감안하면 시민단체라는 명칭이나 존립문제도 심사 숙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역조차 종북몰이 하나?

날선 정치적 공방대신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점잖은 비판이 주를 이뤘던 그동안의 양상과는 달리 색깔론 까지 제기되자 지역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충북연대회의 관계자들은 새누리당의 성명에 겉으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신성철(행동하는 복지연합) 충북연대회의사무국장은 “신경쓰지 않겠다. 지금 우리가 절망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가 뒤로 후퇴하고 있는 현실과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라고 말했다.

충북환경운동연합의 오경석 국장도 “시민단체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가? 각종 비리에 연루되며 본연을 역할을 못한 것은 오히려 새누리당이 아닌 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속내는 불편한 감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청주에도 군복을 입은 노인분들이 기자회견장이나 집회에 조직적으로 등장했다. 새누리당이 사회단체에 대한 강제 해산이 가능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했다”며 “이런 흐름과 종북 색깔론이 무관하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평소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한 모 교수도 “과거 같으면 이런 식의 성명을 발표 할 수 있겠나? 종북 색깔론이 먹힌다고 생각하고 야당이 무기력하니 새누리당이 작정하고 나선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색깔론으로 상대방을 몰아 가게 되면 지역 문제는 진지한 토론은 불가능해진다”며 “지역조차 낡은 색깔론의 격전장이 될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일단 자세를 낮추는 분위기다. 도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성명은 색깔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시민단체가 종북 혐의를 받고 있는 통진당에 대해 편향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 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종북 색깔론을 동원한 논쟁이 일회성에 그칠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것이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편 충북시민연대회의는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에서 민주주의 전체의 문제로 전선을 확대할 할 계획이다. 신성철 충북연대회의 사무국장은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만을 가지고 시국회의를 운영해 왔지만 한계가 왔다. 민주주의 유린과 유신독재로 회귀하는 듯한 모든 문제에 대해 전 시민사회노동진영이 함께 행동하는 공동의 대응 방안을 이번주 부터 논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10월 10일 127명의 충북지역 대학교수와 연구자들은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국정원선거개입 사태를 규탄했다.

‘파쇼’란 말 나 올 수도… 교수들도 위기의식
교수 시국토론회에서 민주주의 위기 문제 지적

천주교 정의화구현 사제단 김인국(옥천성당) 신부는 최근 사회관계서비스망에 잇따라 글을 올렸다.

6일에는 “말도 안 되는 이 모든 일들이 떳떳하다고 우긴다. 그러면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말이지?”라는 글을 올렸다. 8일에는  "하지만 세상은 또 바뀔 것이다. 반동 역시 오래 지속되진 못한다. 그들은 물어뜯기만 할 뿐 새로운 걸 만들어내진 못한다"는 중국 사회사상가 루쉰의 글을 인용했다.

한 달 전인 10월 10일 개최된 충북지역 대학교수 시국선언 및 시국토론회에서는 오래전에 쓰였던 단어가 교수들 사이에서 회자 됐다.

충북대, 청주대, 서원대 등 도내 10개 대학 127명이 참여한 이날 시국 선언에서 교수들은 국정원이 민주 헌정질서를 교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선거를 교란하는 것이야 말로 민주주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를 허무는 것이라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어 토론 도중 “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과 세력을 옭아매고 언론을 통제해 억누르겠다는 것은 파시스트 정권하에서나 상상 가능한 일”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그러자 토론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 단어가 여러 번 등장했다. 그러자 한 참석자가 “이 단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80년대로 거슬러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에서는 노동계, 종교계, 학계, 학생, 시민사회단체의 시국 선언이 잇따라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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