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 부장

텃밭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표현할 때 쓰면서 다른 하나는 내 집 앞에 가꾸는 밭의 의미를 지닌다. 결국 ‘나만의 공간’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얼마 전 찾은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 ‘산새마을’. 강남구 신사동이 아닌 은평구 신사동에 위치한 동네이기에 동.번지수만 찍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갔다가 큰 낭패를 볼 뻔했던 곳이다. 마을의 구조는 큰 산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 ‘봉산’ 자락의 정상만 보일 뿐 모두 주택으로 빼곡히 차 있었다. 걸어서 오가기 힘든 곳이었지만 골목골목은 마을 이름처럼 아늑하고 깨끗했다.

이곳은 여느 지역의 달동네와 마찬가지로 그리 넉넉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던 동네였다. 예전 마을 윗동네에는 개 도살장도 있었고, 그곳에 남은 폐가와 내다 버린 쓰레기, 가축 분뇨로 악취가 진동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난 봄 마을 주민들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고 주변을 말끔히 정리해 마을공동텃밭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텃밭에는 농작물을 재배했고 그 수확물은 마을의 독거노인들과 무상급식소에 공급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주민 스스로가 가꾼 공동텃밭은 주민 모두에게 다시 돌아갔다.

뿐만 아니라 도시재생 컨설팅 사회적기업인 두꺼비하우징의 도움을 얻어 주민들의 그간 불편사항을 접수해, 오래된 집을 수리하고 도로와 담장도 가꿔 환하고 따뜻하게 바꾸어 놓았다. 또 매주 주민들이 모여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회의를 했고 결과물도 속속 나왔다. 바로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의 가능성을 보여준 곳이다.

▲ 청주시 사직3구역은 재개발을 추진하려는 주민들과 이들 해산하자는 주민들과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잠시 비슷한 처지의 청주의 동네들이 떠오른다. 카페촌으로 바뀌어버린 달동네 수암골, 마을사람들의 재개발동의를 얻지 못해 이웃사촌들과 갈등하는 사직동 등 우리지역에는 25개의 재개발구역들이 풀지 못한 답을 여전히 안고 시간만 흐르고 있다.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이 아닌 원주민의 주거지를 정비하고 마을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주민참여형 도시재생 마을 만들기’가 우리 지역에도 살아났으면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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