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손님들에게 밀려난 안덕벌 원주민 동네축제

이창수·아티스트
청주에서 가장 큰 행사인 청주 비엔날레가 성황리에 끝났다. 당초 예상인원을 뛰어넘었다고 하기도하고 과거보다 전시의 질 또한 좋았다고 한다. 그러한 자리에 본인 또한 비엔날레에 4차례 방문하였으니 네 명분의 인원으로 책정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30여 만명이나 참관한 화려한 축제였음에는 이견이 없다.

이러한 축제에 딴지를 걸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지역 축제때 마을 주민들은 무엇을 하였는가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과거 우리는 거대한 행정의 틈바구니에서 시계 부품처럼 시키는 일을 열심히 수행해왔다.

본인 직업 자체가 시키는 일에는 거부감이 강해서인지 모르지만 주민들에게 비엔날레는 주차하기 힘든 40여일을 보내야 하는 일이다. 안덕벌에는 주차가 가능한 도로가 있지만 도로 교통 방해보다는 구경온 구경꾼들의 미관상 이유로 일시적 주차금지를 시행한다. 그러나 순박한 주민은 개인적으로 투덜댈 뿐 어떠한 요구도 못한다.

비엔날레기간 중 10월은 늘 해오던 안덕벌마을축제의 기간이다. 금년에는 10월 9일 한글날에 ‘안덕벌 예술의 꽃이 스미다.’란 주제로 열렸다. 8년이나 지속되었던 작은 마을 축제는 조촐한 경품(동네 식당 식사권, 목욕탕 입욕권 등)을 내걸고 나름 치열한 노래자랑을 하였다. 딸만 셋인 전파사 사장님의 자녀 11명이란 다산 발언으로 노래자랑 1등의 영광을 가져가는 어리숙한 축제지만 동네 사람들이 250여명이나 모이는 축제였다.

문제는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마을 축제를 하기위해 장소를 확보해야 하는 관계로 청주시 문화산업 진흥재단에 장소의 협조를 요구했다. 그러나 장소에 대한 3가지 안을 내 보냈지만 비엔날레 행사로 인해 모두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15평 남짓한 거리에서 3평정도의 무대를 만들고 마을 축제를 하였다. 축제 중 몰린 인파로 점점 도로로 진출하였다.


그간 못한 주차의 울분을 토하듯 거리를 점거 하였다. 그러한 자리에 지역 동장과, 끝나갈 무렵에는 청주시장까지도 참석했다. 그러한 조촐한 자리에서 지역민들이 축제를 연다는 것은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근처에 비어있는 많은 공간이 있음에도 외부인들의 축제를 위해 원주민들은 거리로 나가게 되는 것은 어떠한 행정일까? 어떤 전문가는 이런 말을 했다.

“이미 무대가 설치되어있는 비엔날레 중심에서 축제를 하게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이미 공연이 잡혀있더라도 취소를 해서라도 지역 축제가 더 우위에 있음을 마을 주민들에게 보여 주었어야 한다.”

문화 특히 예술행사에 과연 지역은 존재하는가? 거대한 스케일의 비엔날레를 위해 시설비에 50억, 운영비에 70억, 건물 매입 및 조경 설비에 또 수십억원을 사용한 비엔날레에 안덕벌이라는 지역은 없는 것이다.

지역민들이 지역문화에 대해 알고 어떻게 향유 할 수 있는 것인가를 알 때 쯤 이면 더 이상 안덕벌에서 비엔날레를 못할지도 모른다. 외부 손님만을 위한 축제가 계속된다면 지역 문화는 외부에 동화되거나 지역 문화를 살리기 위해 외부를 밀어내는 일밖에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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