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 글씨: 김재천

전교조가 14년 만에 ‘법외노조’가 됐다. 해고된 전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빌미 삼아 10월24일 팩스 한 장으로 노조설립취소를 통보했다. 그런데 최근 웹상에서 ‘전교조 교사 식별요령’이라는 이미지 파일이 떠돌고 있다. 1989년 전교조 설립 직후 문교부가 일선교육청에 내려 보낸 공문이다. 출처는 월간 신동아 7월호다.

내용을 살펴보자. 공문은 모두 14개 항인데,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이려는 교사로 시작된다. 또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자기자리 청소 잘하는 교사,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을 보는 교사 등도 눈에 띈다.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저대로라면 학부모와 학생들은 어떤 교사를 선호하겠는가? 전교조가 두렵거나 싫어서 촌지를 받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외면하는 교사, 대충 가르치는 교사,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압하는 교사를 원할리는 만무하다. 문제는 안팎의 격리가 점점 공고화되는 세상이다.

법외노조라는 단어와 함께 한때 ‘혼외자식’이라는 단어도 세상에 회자가 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혼외자식이 있다’는 논란이 그것이다. 검찰수장의 흘러간 불륜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혼외자식에 대한 지나친 부각이 안팎을 격리하려는 시대의 단면을 드러낸 것 같아 씁쓸했다. 모 일간지의 중견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식이 호부호형을 못하는 심정을 담아 직접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칼럼을 쓰기도 했다. 신파와 아동문학을 접목한 그 유려한 필체는 신문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고기(古記)에서 말하기를 옛날 환국이 있었는데, 서자 환웅이 여러 번 세상에 뜻을 두어 인간세상을 구하기를 바랐다(古記云 昔有桓因<謂帝釋也> 庶子桓雄 數意天下 貪求人世)’ -삼국유사 권1, 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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