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일각, 지방선거 지킬 ‘마지막 보루’로 거론
오 의원 “그런 얘기 오가는데, 권유받은 적도 없다”

▲ 오제세 의원의 통합청주시장 출마설이 지역정가에 떠돌고 있다. 그러나 오 의원은 의원활동에 보람을 느낀다며 이를 일축했다. 확인 결과 청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당내 일부 인사들의 바람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기초선거에 대한 공천폐지가 안개 속을 헤매는 가운데 민주당의 통합청주시장 후보로 오제세(청주 흥덕갑)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국회의원 활동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시장출마설을 일축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기초의회선거는 물론이고 시·군·구청장 선거에 대해서도 정당공천이 폐지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박 대통령이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대선 주요공약으로 내걸었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민주당은 7월20~24일 당원투표까지 실시해 67.7%의 찬성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결정했다. 안철수 신당의 거품이 빠졌다지만 호남에서는 여전히 초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최소한 단체장에 대한 공천폐지를 바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후반기 정국은 대선의 공정성 여부에 대한 여야공방에 다른 이슈가 묻혔고,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담은 법 개정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공천폐지가 유야무야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지지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충북도당으로서는 지방선거에서 반전을 노릴 수 있는 카드가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오제세 의원의 통합시장 출마설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지사-시장선거 서로 견인

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충북의 지방권력을 장악했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2004년 17대 총선에서 8석, 2008년 18대 총선에서 6석을 차지했지만 2010년 이전의 지방선거는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판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 청주시장, 충주시장(당선 후 시장직 상실), 청원군수 등 주요 단체장을 당선시켰다. 충북도의회도 비례대표 외에 의석을 갖지 못하다가 지난 선거에서 교육의원을 제외한 31석 중 25석을 석권했다.

눈여겨 볼 것은 동시지방선거의 성격상 선거와 선거가 서로를 견인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충북지사 선거다. 도전자였던 이시종 민주당 후보는 당시 정우택(한나라당) 지사에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5~10%p차로 밀렸고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이 정 지사의 우세를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이시종 후보의 5.31%p차 승리였다. 언론들은 이를 이변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러나 청주시장 선거에서 한범덕 민주당 후보가 남상우(한나라당) 당시 시장을 무려 26.47%차로 눌렀고 청주지역 도의원 선거에서 전승을 거둔 점을 고려한다면 이시종의 승리는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다.

이시종 지사의 측근은 “지난 선거에서 청주시장, 도의원 후보들의 선전이 도움이 됐던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이 측근은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우리가 끌고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측근의 얘기는 허언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가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는데다, 충북의 상황도 현직들의 수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이 지사가 건재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가 10월31일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은 41.7%의 지지도를 보인 반면 민주당 13.1%에 머물렀다. 조사는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115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일반전화 RDD(무작위 임의걸기) 방식에 성별, 연령별,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8%p, 응답률은 5.81%였다.

오제세 카드는 ‘타천’일 뿐?

통합 청주시장 후보로 ‘오제세 카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5, 6개월 전부터다. 오 의원을 제외한 현역 국회의원들과 이시종 지사가 이미 뜻을 모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등 충북의 수부(首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얘기였다.

민주당 소식통 Q씨는 “그런 얘기가 돌았지만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 문제는 오 의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인데, 그래도 3선 의원 앞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게 실례 아니겠냐. 청주에서는 통합시장이 엄청난 것 같지만 그래도 기초단체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Q씨는 “솔직히 말하자면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감히 청하기는 어려워도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이시종 지사의 측근은 “우리가 답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청주시장 선거는 일단 공천여부가 결정이 나야한다. 그 다음에는 현직 시장·군수가 출마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어차피 경선으로 가기가 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의사다. 오제세 의원은 “그런 얘기가 오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권유받은 적은 없다”며 운을 뗐다. 이어 오 의원은 “시장이나 의원이나 어차피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은 똑같은데 국회에서 상임위원장(현 보건복지위원장)까지 한만큼 중앙부처를 상대로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일하고 싶다. 특히 서민경제에 기여하는 의원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또 “행정과 정치 다해봤으니까 민선 단체장을 해보라는 얘기가 있는 것 같은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오 의원은 오히려 차기 총선출마에 대해 “유권자들의 뜻에 따르겠다”며 4선 도전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오 의원의 측근도 “어디서 그 논의가 시작됐는지 알고 있다. 사석에서 한 얘기가 계속 확대 재생산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의원직을 중도에 사퇴하고 지방선거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제세, 이시종 지사와는 다르다
민선 문턱서 시장·지사 좌절… 吳 “의원에 보람”

오제세 의원이 통합 청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수도 있다고 봤던 것은 청주부시장을 지냈던 오 의원이 1998년 민선 2기 청주시장 선거에 나설 뜻을 내비쳤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2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오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 서기관을 거쳐 1991년 관선 온양시장(3급), 1993년 관선 대천시장(3급)을 역임한 뒤 1995년 민선 1기 청주시정의 부시장(2급)을 역임한다.

오 의원은 민선 2기 선거를 앞두고 청주시장 후보군으로 부상했고 김현수 시장의 견제를 받다가 민선2기 시장에 당선된 나기정 시장으로부터는 결별통보를 받는다. 잠재적 경쟁자를 키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행정자치부로 발령이 난 것. 오 의원은 “민선이 실시되지 않았다면 관선 청주시장을 지냈을 것이다. 그런 아쉬움 때문에 민선 시장 출마의사를 내비쳤다가 한동안 청주를 떠나게 됐다”고 회고했다.

민선의 문턱에서 아쉬움을 삼켰던 것은 이시종 지사도 마찬가지다. 1971년 10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 지사는 1994~1995년 내무부 지방기획국 국장과 지방자치기획단 단장을 역임했다.

이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 “민선이 시작되지 않았으면 충북지사로 오는 수순이었다. 국회의원이지만 도지사로 공직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에 반해 오 의원은 “단제장은 인사와 예산의 집행이 전부다. 경험을 해봐서 안다. 국회의원을 해보니 국가발전을 위해 입법활동을 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적성에도 더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난망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서둘러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고 논의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무도 그 필요성을 주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정감사, 예산·법안 심의에 매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예산국회가 끝나는 12월말까지 논의가 시작되지 못한다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가동시켜 대선 때 국민께 약속한, 정치개혁을 우리가 선도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소수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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