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공동모금회 기부금액, 한화그룹-SK하이닉스-LG그룹 순
LG-자체 환원산업 집중, 충북소주 인수한 롯데는 기대 못 미쳐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지방자치시대에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직결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지역환원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과거 연말 일회성으로 끝나는 기부에서 이제는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물론 정화활동 등 구성원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친지역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들의 지역기여는 시민들의 기대치만큼 이뤄지고 있을까. 생산활동에 따른 경제적 기여는 물론 직접적인 기부활동까지 대기업들의 지역기여도를 살펴봤다.

▲ 지난 24일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지역 내 그룹사들의 첫 합동 CSR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충북 SK그룹 합동 CSR 행사 중 독거노인 연탄나눔에 참석한 SK이노베이션 직원들.

한화-대전 대표기업인줄 알았던 한화
     지난해 공동모금회 최고액 기부

SK-하이닉스 8억 기부, 나머진 지지부진
    24일 첫 그룹사 공동사업에 기대감↑

LG-충북 대표 대기업 지역환원도 1위
    LG복지재단 복지시설 잇달아 기부

롯데-작년 인수한 충북소주만 체면치레
     롯데마트, 기부는커녕 회비도 미납

충북을 대표하는 대기업 판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30여 년간 독주하던 LG그룹의 아성에 SK그룹의 인수로 날개를 단 하이닉스, 충북소주 인수와 롯데아울렛 입점 등 유통대기업 롯데의 충북진출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이들의 지역기여 성적은 어떨까. LG그룹과 SK하이닉스는 충북을 대표하는 기업답게 꾸준한 사회환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하이닉스를 제외한 SK그룹사와 롯데그룹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전 대표기업으로 인식돼 온 한화그룹의  지역환원사업이 LG·SK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주년 맞은 한화 10억원 기부
한화는 지난해 12월 10억원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했다. 이 한 건의 기탁으로 한화는 지난해 공동모금회가 기부받은 기업별 총액에서 1위를 차지했다. 창립 60주년에 맞춰 일회성인 통 큰 기부를 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화가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에 기부를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한화는 이 밖에도 ‘한화가 만드는 따뜻한 겨울’ 캠페인을 통해 이웃들에게 방한용품을 나눠주고, 다문화캠프 등을 열어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한화그룹 충청지역 연합봉사단은 도내 복지관, 마을과도 협약을 체결하고 지속적인 후원을 해오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올초부터 ‘행복청주’라는 이름으로 장학사업과 겨울철 불우이웃 연탄나누기,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 등의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한화는 도내에 보은사업장과 한화L&C음성사업장, 부강사업장 등에서 생산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화 다음으로 지난해 공동모금회에 가장 큰 액수를 기부한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2011년부터 ‘좋은기억 나눔기금’을 조성해 지난해 경기도와 충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0억원을 전달했다. 이 가운데 8억원 가량이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전달됐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은 구성원 급여 1000원미만의 끝돈을 모아 우수리한사랑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아진 기금만큼 기업이 지원하는 형태로 기부활동을 펴고 있다. 이를 토대로 SK하이닉스는 1999년부터 소년·소녀 가장 교복지원사업과 행복나눔 청소년 장학사업, 장애우와 함께 봄나들이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이 인수하기 전에도 직접고용인원 6900여명에 4조원에 육박하는 연매출과 생산량 전량 수출로 도내 수출과 총생산에 기여하는 바가 컸다. LG그룹에 이어 충북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인식돼 온 하이닉스를 인수한 SK그룹은 단번에 충북 대표 대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굵직한 사회환원사업을 해나가지 못하고 있다.

SK, 주기적 공헌활동 약속
하이닉스 인수로 SK그룹사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 E&S(충청에너지서비스), SK케미칼, SKC, SK증권 등 6개 그룹사가 충북에 진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한 회사의 직접고용인원이 10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계열사 개수에 비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렇다 할 사회환원사업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가능성은 엿볼 수 있다. 지난 24일 도내 그룹 5개사가 첫 합동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한 것. SKC를 제외한 5개사 직원 250명이 청주와 증평, 진천 등 각 공장 소재 지역을 권역별로 나눠 무심천 정화활동, 독거노인 연탄, 나눔, 백곡천변 환경정화에 나섰다.

이번 활동은 SK그룹사들의 첫 사회공헌행사라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지역사회공헌활동을 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장성춘 SK하이닉스 상무는 “SK그룹사들이 지역사회에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번 행사가 진행됐다”며 “충북 SK그룹사간 유기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지역사회공헌활동을 주기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청주산단의 터줏대감인 LG그룹사들은 각 사별로 별도의 사회공헌사업을 지속하며 대표 대기업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LG그룹이 지난해 공동모금회에 기탁한 금액은 3억원 가량으로 한화나 SK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LG는 자체 사업을 진행해 지역기여도를 기부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단연 1위다. 

올해 2월 LG그룹이 나눔경영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LG복지재단을 통해 기증한 '청주시립365열린어린이집'이 개원했다. 120명의 원아를 수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에 16억원을 쏟아 부었다. LG복지재단은 1996년 50억원을 출연해 장애인자립형 생산시설인 보람동산을 설립해 충북도에 기부채납한 뒤 생산설비개선과 환경개선을 위한 후원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2000년에는 15억원을 들여 청주서부종합복지관을 건축해 청주시에 기부하기도 했다.

LG그룹사에서 규모가 가장 큰 LG화학은 교육청소년사업에 연간 1억 5000만원, 사회봉사단을 통해 연간 1억원, 지역사회연계활동에 1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올 4월에는 장애인표준사업장 '행복누리'를 설립해 근로자 100명 중 장애인 42명을 고용하는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에도 앞서고 있다.

이 밖에도 LG전자는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독거노인과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등에 생필품과 격려금을 전달하고 있고, LG하우시스는 지역아동센터 등 청소년시설 환경개선사업과 초록우산을 통한 청소년 후원(매달 15명)사업, 사회복지기관 후원을 진행하고 있다. LG이노텍도 올들어 정화활동과 성심학교 LED교체 등 20회에 걸쳐 지역환원행사를 진행했다.

롯데그룹도 충북소주와 롯데알미늄 청원·진천공장, 롯데햄, 롯데칠성음료 맥주공장, 롯데영플라자, 롯데아울렛, 롯데마트 4개지점 등 적지않은 규모의 그룹사들이 충북에 진출하며 지역내 대표 대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지역기여는 앞서 소개한 3개 그룹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지역환원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충북소주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앞선 그룹들은 생산 중심인 반면 도민들을 판매대상으로 하는 유통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의 무관심에 대한 지역 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유통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기부액이 적다"며 "마트의 경우 이마트와 농협물류센터가 연간 1000만원을 기탁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소액이라고는 하지만 1000만원을 기탁하는 이마트나 농협물류센터와는 달리 롯데마트는 도내 4개 지점을 운영하면서도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의 지역 무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상공회의소법에 따라 매출세액의 0.225%를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청주상공회의소 회비도 최근들어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경제계 인사는 "대기업의 지역기여를 기부 등으로 국한해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기업의 사회적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고자 하는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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