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 충북경실련 사무국장

몇 달 새, 다른 지역의 이름난 빵들을 먹어 볼 기회가 있었다. 부산 옵스(OPS)의 왕슈크림빵, 대전 성미당 튀김소보로, 전주 풍년제과 초코파이….

경주빵, 통영 꿀빵과 같이 지역 이름을 거는 것이 아니라, 개인 브랜드 하나로 승부하는 빵집이 늘고 있다고 한다. 유명 빵집의 인기를 실감하듯,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여행 때 꼭 들러야 할 곳으로 꼽고 있고, 현지에 가보면 빵을 사려고 장사진을 이룬 풍경을 볼 수 있다.

과연 이곳에만 베이커리 장인이 있는 것일까? 통신사 할인도 안되고,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다른 장면. 전주 남부시장에는 ‘청년몰’이 있다. 시장 한 켠, 청년몰로 올라가는 2층 계단엔 “적당히 잘벌고, 아주 잘살자”라는 표어와 함께 이곳이 ‘레알 뉴타운’임을 알리는 간판이 붙어 있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동네에 들어선 듯한 느낌의 청년몰엔, 큼지막한 글씨로 “만지면 사야 합니다”라는 경구를 써놓은 당돌한 소품가게가 있는가 하면, “니들은 참말로 열심히다”라는 부제가 붙은 ‘청춘식당’이 있다. ‘사랑 한스푼’ 쿠키집 출입문엔 ‘나름’ 생각날 거라면 쿠키를 먹어보라고 꼬드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큼 발랄’ 젊은이들이 시장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왜 이들은 취업이 아닌 창업, 그것도 시장에 가게를 냈을까?

지난 10월 21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충북지역경제살리기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 출범식이 열렸다. 전통시장, 슈퍼마켓, 중도매유통, 생산자 협동조합, 상가번영회, 직능단체, 충북경실련 등 30여 개 단체들이 힘을 모았다.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등 중소상인 단체와 시민단체가 연대 기구를 조직하고 함께 대응해 온 역사는 깊다. 1999년 대형 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 저지운동을 시작으로, 2002년 까르푸 청주점 개점 반대운동, 2009년 홈플러스 청주점 24시간 영업 반대운동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 입점 반대운동, 2012년 재벌 유통기업의 소송에 맞선 불매운동까지.

이 중엔 전혀 막지 못한 일도 있었지만, 충북지역 상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2010년 국회에서 유통법과 상생법이 개정된 것도, 2012년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이 이루어진 것도, 철시투쟁으로 맞선 상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대기업의 진출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지역경제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이번 네트워크가 전통시장과 슈퍼마켓뿐 아니라, 중소상공인 단체가 망라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한시 조직이 아닌, 상설 연대기구에서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출범식 당일, 참여단체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다함께 구호를 외쳤다.
“중소상공인 힘내라!” “지역경제 살리자!”,

그런데, 한 기자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린다. ‘과연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요?’

엄혹한 현실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대기업이 엄청난 자본력을 동원해 중소상인 업종을 싹쓸이 하는데도, 중소상인 적합업종 지정은 더디고 강제력도 없다.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수면 아래로 사라진 지 오래다.

네트워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상공인들의 힘을 모아 나가고자 한다. 중소상인들과 지역 자원이 만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실천운동을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충북에 이름난 동네 빵집들이 왜 없겠는가? 전통시장과 청년의 만남이 비단 ‘청년몰’뿐이겠는가? 부디, 따뜻한 시선으로 네트워크를 지켜봐 주시고, 함께 손잡아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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