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 글씨: 김재천

경찰 휘장은 독수리처럼 보이는 맹금류가 태극무늬를 품은 무궁화 위에서 날개를 펼친 것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런데 그 새는 독수리가 아니라 참수리다. 1946년 미군정 하에서 독수리를 상징물로 만든 것이 정체성에 혼란을 준다고 해서 2005년 경찰 60주년을 맞아 새로 만든 것이다.

참수리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수리류 21종 가운데 날개 너비가 2m가 넘는 대형 수리인데다, 희귀종이어서 천연기념물 243호로 지정돼 있다. 휘장에서 참수리가 나타내는 것은 위엄과 기품, 강함, 용맹스러움, 통찰력 등이다.

그런데 충북 참수리가 추락 중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더니 꼴이 말이 아니다. 충북경찰은 25일 국정감사에 기강해이와 관련해 호된 질책을 받았다. 경찰관이 훔친 번호판을 단 이른바 대포차를 운행하다가 구속되고 경찰 간부가 음주 교통사고를 내 해임됐다. 도박 혐의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신고자를 보복 폭행해 구속되는 등 시쳇말로 ‘씹힐 거리’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국감을 앞두고 A총경이 소싯적부터 알고 지내던 40대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대기 발령되면서 전국적인 화제가 됐고 국감에서도 메가톤급 이슈가 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국감이 끝난 바로 그날 밤, 이번에는 B총경이 서울 근무 시 같이 근무했던 의경과 술을 마시고 관사에서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추행을 당했다는 의경은 26일 새벽 112에 이같은 내용을 신고했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조사가 끝나야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팔이 안으로 굽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정결의대회도 했고 금주령도 선포됐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마법의 주문이라도 외어야 할 판이다. 지금의 상태는 수리수리 망할 수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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