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종 생태교육연구소 ‘터’ 대표

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정말 이꼴저꼴 안 보고 살 수 있는 어디 먼 곳에 가서 살고 싶다”고들 합니다.

사람들이 이 나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데에는 한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정치 지형이 너무 혼란스럽다는 겁니다. 모두들 빼앗기고, 속고 짓밟히는 데도 그렇게 자신들의 권리를 농락하는 세력에 분노할 줄도 슬퍼할 줄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오히려 그들이 부끄러운 정치현실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그 한 가지 사실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의 정치를 볼 때 정치가 해야 할 일에는 관심이 도무지 없고, 오직 정권을 잡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그 수단으로 있지도 않은 적을 만들어 그들에게 희한한 물감을 뒤집어씌우는 색깔론이라는 억지, 그렇게 여론을 만들어 진보진영의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드는 일들, 거기에 정치의 일차적 수혜자가 되어야 할 국민들은 없습니다.

그렇게 정권을 잡고 하는 일이라는 것은 국민들의 보다 나은 삶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국민을 이간질하여 서로 비난하고 헐뜯게 만들어놓고는 자기들은 뒤에서 온갖 추잡한 행태들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의 정치입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거의 모든 공약이 단지 선거용이었다는 사실, 거기서 난무하는 갖가지 거짓말 잔치들, 그리고 복잡한 정치사회적 지형 안에서 좌표를 잃고 혼란에 빠져 무엇이 정의이고, 어떤 것이 상식인지도 놓치고 살아가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엮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가 놓여있는 현주소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내 얕은 셈속으로 살핀 결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내 판단입니다. 아무리 그렇게 이간질을 통해 여론을 분열시키고, 그것으로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30년 넘은 구시대적 발상으로 아무리 몸부림을 친다 하더라도 이미 역사는 여기까지 왔고, 사고할 줄 아는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농간에 놀아나지는 않을 거라는 기대, 아무리 상식의 선이 무너진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 상식의 자리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으로 오늘의 답답한 현실을 견디는 중입니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기대하는 이것마저도 색깔론으로 몰아부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게 얼마나 가겠느냐는, 그래서 나는 어쨌든 죽는 날까지 대한민국에서 이 나라의 국민으로 살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다보는 가을의 푸른하늘, 참 곱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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