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취재1팀 기자

그들은 매우 친절했다. 비행기로 열여섯시간이 걸리는 아시아의 낮선 이방인을 격의 없이 맞이했다. 토론토 시내에 있는 맥주회사인 스팀 휘슬러 브레윙 주식회사. 이곳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가 150여명에 달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공간의 크기는 매우 협소했다.

이 작은 공간에서도 시설의 절반은 생산 공정이 아니라 문화 공간이었다. 지역의 독립 예술가들의 그림이 빼곡히 들어 차 있고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맥주를 시음했다.

회사 산업안전담당자인 브리쉬 씨는 토론토 시 정부의 화학물질 저감 정책에 따라 그동안 자신이 했던 일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공장 이곳 저곳을 안내하며 공정 하나 하나에 설명을 곁들였다.

이때 멀쑥하니 키가 큰 남성이 지나가자 브리쉬는 그의 엉덩이를 툭툭 치고는 나를 소개했다. 그는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였다. 그가 생산라인을 지나갈 때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은 그의 어깨나 엉덩이를 건드리며 장난을 쳤다. 매우 낮설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 회사의 생산 공정은 거의 다 사람 손이 들어가는 수작업. 종이 상자도 노동자가 일일이 손을 사용하고 있으니 설비만 자동화 하면 일의 속도가 몇 배는 빠르게 진행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이 회사 CEO 에게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대단히 싱거웠다. “자동화를 하면 지금까지 일했던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CEO는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캐나다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했지만 그들의 사회에 대해서는 자긍심이 대단했다. 현지에서 만난 존 브로만 씨는 2007년 미국 여성 진 서더 씨의 광고 사건을 예를 들며 말했다. 진 서더 씨는 캐나다 신문에 게재한 광고에서 “결혼 의사 있는 캐나다 신사 구함. 대머리도 괜찮아요”라는 광고를 냈던 주인공이다.

미국에서도 가장 살기 좋다는 시애틀에 살고 있는 그녀가 이 광고를 내게 된 배경은 간단하다. 그는 “제가 만약 캐나다에 살고 있다면 지금처럼 항암 치료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파산 걱정도 집을 날려버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광고를 낸 배경이다.

이렇게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로 대표되는 캐나다 복지시스템은 그들에겐 자랑이었다.

이민 온 지 15이 되었다는 교포 진형준 씨는 또 다른 부분을 내세웠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였다. 그가 거주하는 곳은 인구 3만 여명을 웃도는 작은 도시인 알버타 시. 그는 “주 지사가 바뀌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누가 되든 캐나다 사회는 움직이던 대로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실업 상태가 되었거나 다른 어려움에 빠졌을 때 주 정부가 나를 진심으로 도와 줄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에는 저축은행이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평균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한 푼도 안 쓰고 17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하지만 그곳에선 맥도날도 햄버거가게 아르바이트생이 5년이면 집을 살 수도 있다고 했다.

짧은 기간의 여행이었지만 많이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화도 났다. 공약파기, 국정원 선거개입 등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조차 가질 수 없는 대한민국에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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