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한달새 반토막 무·고추·마늘도 하락

청주시 흥덕구 정봉동에서 비닐하우스 3개동 규모의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60) 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정성들여 재배한 배추 가격이 지난해 절반 수준 가까이 떨어져 수입이 반토막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올초 파종을 시작해 비료값, 농약값, 인건비 등을 들여 정성껏 농사를 지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눈앞이 캄캄하다"며 "직거래 장터 등에서 모두 팔지 못하면 유통업자들에게 헐값에 넘겨야 돼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고추, 배추, 무 등 김장채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충북 도내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공시에 따르면 충북 육거리시장에서 배추 1포기 가격은 2500원으로 지난달 5000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가격인 3728원과 비교해도 1228원이나 하락했다.

무 역시 지난해 2500원에 거래됐지만 이날 2000원으로 20% 떨어졌다. 양념채소류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건고추의 경우 600g 화근(기계로 말린 것) 기준으로 지난해 1만 5330원에서 이날 833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만 7000원에 거래됐던 양근(햇볕에 말린 것)도 이날 1만 6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깐마늘은 1㎏ 기준 6500원에서 5000원으로 하락했다.

김장 관련 채소들의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은 올해 풍부한 일조량 등으로 이들 작물의 작황이 좋아 풍년을 이룬데다 값싼 중국산 농산물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공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여름철 태풍으로 아주심기 시기가 지연돼 본격적인 김장철에 물량 공백기가 발생해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올해는 배추 주산지의 재배면적이 늘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장채소 값이 폭락하자 해당지역 지자체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이들 농가를 지원해야 한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괴산군의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지난해 국내 건고추 생산량은 10만 4000t인데 비해 최근 3년간 수입된 고추는 29만t에 달해 국내 고추 자급률이 40%대로 떨어졌다"며 "정부가 제시한 고추 자급률 65% 실현을 위해 농산물 정부수매 실시와 해외 농산물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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