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진정 민주국가인가?

▲ 최종예 피자집 라피자 오가니카 대표
나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지만, 나보다 먼저 결혼했거나 첫아이를 아들로 가진 내 친구 중에는 아들을 벌써 군대에 보낸 이도 있다.
“아이고, 애를 군대에 보내서 어떡하냐?, 걱정되지 않냐?” 하고 물으면, 대부분이 “남자라면 군대에 갔다 와야지, 그래야 어른이 되지” 라고 말한다.

정말 그런가? 꼭 군대를 갖다 와야지 남자이고 어른이 되는가?
그런데 나는 오늘 이런 말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무지몽매에서 비롯된 말인지 무섭게 알게 되었다.

10월 4일 매주 금요일마다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성안길을 찾았고, 거기에서 ‘천안함프로젝트’라고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과 함께 보았다.

물론 사건발생 때부터 천안함에 타고 있던 어린 병사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던 사건에 대한 뉴스기사를 꼼꼼히 봐 왔었고, 그들을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구하기 위해 구조작업을 벌이던 한준호 준위가 잠수 중 사망한 안타까운 사연도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 당시는 물론이고, 그 이후 천안함에 관한 정부발표나 제도언론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국민을 참 바보로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 천안함프로젝트를 보게 되니 역시나 그같은 사실을 재삼 확인하게 되었다.

“정부의 발표를 무조건 믿어야 하고 추호라도 의문을 가질 경우엔 종북좌빨이니, 의문을 갖지 말지어다.“ 라는 일방적 강요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호들갑스럽지 않다. 다만 차분하게 그동안 정부와 제도언론들이 말해왔던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 밖에 없으며, 판단은 순전히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기고 있다.

그래서 사람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일게 되는 감정이 제각각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내 자존감은 땅에 떨어져 찾을 길이 없었고, 아직도 국가의 폭력이 이렇게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무섭고, 부끄러움도 인간의 대한 예의도 없는 그들이 아직도 정권을 잡고 있다는 것이 더러웠다.

우리가 길바닥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갔다.
어떤 이는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동안 선 채로 보다 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불편한 기색을 비추며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길을 막고 그딴 것을 보고 있냐는 식으로 흘겨보고 가기도 하고….

나는 그 때 한사람이라도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주고, 나와 같이 느껴 주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내가 거기에서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나는 안다. 우리가 아무리 부정선거를 외치며 국정원을 해체하라고 해도, 박근혜는 사퇴하라고 해도 그들은 눈도 꿈쩍하지 않을 것을.

그럼에도 매주 금요일에 성안길 찬 바닥에 앉아 촛불을 드는 것은, 나를 아는 누군가가 혹은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저 사람들이 저러는 이유는 뭘까?” 하고 돌아보게 하고 의문을 갖게 한다면 그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서슴치 않는 위정자들이 득세하고 판을 치는 이 나라 현실에서 몇 년 후면 내 아들에게도 영장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