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옥각교 인근 철탑, 유성기업 노동자 2명 고공 농성 돌입
“악덕회사 감싸는 검찰에 대한 소신공양… 온몸으로 맞설 것”

▲ 14일,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파괴·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 옥각교 인근 광고 철탑의 높이는 22m.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유성기업에 다니는 이정훈씨와 홍종인씨가 13일부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2명의 노동자가 기약도 없이 22미터 철탑 위로 올라갔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주)유성기업의 충북 영동 공장과 충남 아산 공장에 근무하는 이정훈(금속노조유성기업영동지회장)씨와 홍종인(금속노조유성기업아산지회장)씨가 지난 13일부터 옥천군 옥천IC 인근 광고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법당국의 고질적인 사용자 봐주기 수사가 노동자들의 하늘농성을 불러왔다. 지상의 투쟁만으로는 사법정의가 실현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라며 농성 돌입 배경을 밝혔다.

그동안 검찰과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창조컨설팅과 용역회사를 동원해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노조파괴를 진행했다는 혐의를 잡고 2년째 수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2년여 동안의 수사 기간동안 노동부는  (구속)기소 의견으로 2차례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뚜렷한 이유 없이 재조사를 반복해 노조는 ‘봐주기 수사’ 논란을 제기해 왔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2단독(판사 이재혁)은 지난 3월 28일 유성기업 직장폐쇄 등과 관련한 노조의 업무방해와 공동주거침입(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관한 판결에서 (주)유성기업의 직장폐쇄 행위를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노조의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하려면 불시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가져와야 하는데 유성기업 노조의 작업거부가 이런 요건에 맞는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유성기업의 공격적인 직장폐쇄가 정당성이 없는 만큼 노조의 공장 출입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유성기업 노조에 대한 공권력 투입의 배경이 됐던 ‘회사의 직장폐쇄’를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지난 10월 11일에도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의혹에 대한 의미 있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기업에 자문한 '창조컨설팅'으로부터 공인노무사 자격을 박탈한 행정처분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1부(재판장 문준필)는 창조컨설팅 대표 심종두 노무사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공인노무사 등록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창조의 문건은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금속노동조합 탈퇴, 조직형태 변경 등을 유도·지원하는 방식"이라며 "노동조합의 조직과 운영에 개입해 단체교섭을 지연하는 행동계획 등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노조 불법은 속전속결, 회사 불법은?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유성기업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불법행위를 한 혐의롤 받고 있는 회사에 대한 수사는 2년 째 제 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천안지검과 영동지검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노동부의 송치 의견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주며 “검찰이 계속해서 보강조사를 요청해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검찰의 ‘시간 끌기’가 사업주에 대한 ‘봐주기 수사’로 이미 확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2차례나 구속의견으로 송치했던 노동부가 결국 세 번째에는 불구속도 아닌 ‘무혐의’의견으로 송치한 것이 결정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노조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청문회와 법원 판결을 통해 사용자가 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과 노동부가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고 두 기관을 비판했다.

또 “유성기업 투쟁으로 노동자 17명을 구속했던 검찰의 입장에 비춰본다면 이번 수사가 불평등 했다는 것이 더욱 확실해진다”고 주장했다.

고공농성을 시작한 이정훈 씨는 전화인터뷰에서 “불법행위를 실행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 때 까지 농성을 진행할 것”라고 밝혔다.

이 씨는 고공농성에 대해 “몸은 힘들고 괴롭겠지만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소신공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성자인 홍종인 씨는 14일 기자회견장에서 “아산과 영동 공장장은 유성기업 사장은 모르는 일이고 자신들이 한 일이니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이는 말이 안 된다. 만일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공장장들도 당연히 사퇴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고공농성으로 유성기업의 민주노조를 반드시 재건하고 노조파괴범 유시영 사장을 포함한 책임자를 처벌해 다시는 이런 노조파괴 사업장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마음가짐을 밝혔다.

한편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창조컨설팅은 옛 청원군 부용공단에 소재한 업체 1곳과 충북대병원 노사 관계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성기업 부당노동행위 수사 관련 일지
노동부는 구속의견 , 검찰의 재조사 2년째 반복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 지회 파업 돌입. 사측 직장폐쇄 맞대응
2011년 7월 23일  용역 폭력 발생, 검찰 아산공장 압수수색
2011년 8월 16일  법원, 조정에 따른 파업조합원 업무 복귀 결정
2011년 8월          유성기업 지회, 사용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
2012년 8월 31일  폭력행사 용역회사 SJM 민흥기 노무담당 이사 구속
2012년 9월 24일  국회 용역폭력 청문회, 창조컨설팅을 통한 노조 파괴 입증
2012년 10월 18일  창조컨설팅 관련 계열사 3곳 압수수색
2012년 10월 21일  유성기업 아산지회 홍종인 지회장, 고공농성 돌입
                             고용노동부, 노조파괴혐의 창조컨설팅대표 공인노무사 면허취소
2012년 11월 14일  유성기업 아산, 영동공장 2차 압수수색
2012년 11월 30일  법원, 유성기업 해고자 27명 전원 해고 무효 선고
2012년 12월          노동부, 부당노동행위 ‘사용자 구속의견’으로 검찰송치
                             검찰 보강수사 요구
2013년 2월            노동부, ‘구속의견 유지’검찰 재송치 /검찰, 2차 보강수사 요구
2013년 8월 6일      노동부, 3차 수사결과 검찰 송치 / ‘구속 의견 폐기, 무혐의’
2013년 10월 13일  이정훈 유성기업 영동지회장 등 고공농성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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