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케 빌더만 서원대 독문과 외국인 강사
“2년 전 청주에서 열린 바이오 엑스포를 관람하고는 놀랐어요. 생명공학이 가져다 줄 긍정적인 측면만 집중 홍보되고 있을 뿐 부정적 측면(negative side)에 대한 설명을 포함해 생명공학에 대한 중립적이고 균형잡힌 정보는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 하이케 빌더만 교수
2001년 9월부터 외국인 전임강사로서 서원대에서 독어독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하이케 빌더만(Heike Wildermann·37)씨는 “한국에서는 BT(생명공학 기술)가 일자리와 경제적 부를 가져다주는 희망의 상징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연구 및 산업활동을 불허하는 생명공학 영역이 많다”고 했다.

“한국은 책임없이 뭐든 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

이 때문인지 빌더만 교수는 인간유전자 조작의 영역에까지 접근, 나름대로 학문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국의 BT발전에 대해 윤리·도덕적인 측면의 근본적인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녀는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한국은 책임의식 없이 뭐든지 할 수 있는 나라로 유럽에서는 비쳐지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당초 기자는 생명공학 관련 업체 및 연구기관에서 배출하는 감염성 폐기물에 의한 2차 감염 가능성과 불의의 바이러스 유출 등으로 인한 재앙발생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오송생명과학단지를 조성하며 우리가 어떤 준비와 인식을 가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일차적 관심을 갖고 찾아갔다가 빌더만 교수의 훨씬 폭넓은 인식지향을 발견하곤 그녀의 말에 빠져들었다.

정보공개·주민동의 없이 BT연구 생각도 못해

“유전자 조작 등 BT가 가져올 부정적 측면에 대한 독일 등 유럽의 인식은 아주 높습니다. 주민의 동의는 커녕 사전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류도 알 수 없는 BT 기업이 특정 지역사회에 들어서는 상황은 그곳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빌더만 교수는 “동종간에도 문제가 되는 마당에 이종간(異種間) 유전자 조작·이식이 가져올 결과는 어느 누구도 가늠하기 힘들다”며 “돈만을 좇아 BT산업을 영위하지 말고 보편타당한 세계적 윤리기준을 설정한 뒤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통제’하는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빌더만 교수는 “한국인은 새 기술에 똑똑한 민족” “한국인들도 ‘우리 콩, 우리두부’-그녀는 우리말을 잘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단어만은 한국말로 발음했다-를 찾지 않느냐”며 생명공학의 긍·부 양 측면을 모두 헤아릴 줄 아는 문제인식의 형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한국사회의 담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소 학생들에게 문제의식 전달

한국에 오기 전에 사회인류학을 전공한 학도(석사)로서 아프리카에서 2년 간 연구활동을 벌이기도 했던 빌더만 교수는 기공체조에 심취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늘 유전자 조작이라는 금지된 영역을 침범한 인간이 환경공학 기술을 손에 쥠으로써 저지를 수 있는 위험들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서원대 독어독문과 김태윤 조교(28)는 귀띔해 줬다.

특히 그녀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 평소 학생들에게 분리수거의 중요성과 함께 원천적으로 쓰레기 발생을 줄이도록 지혜로운 소비 생활태도를 가져줄 것도 강조한다고 했다.

생명공학이 가져올 지도 모를 위험(feasible risk)에 대한 전문가 식견을 국내 학자들에게서도 충분히 청취할 수 있는 데도 충청리뷰가 ‘푸른 눈’의 빌더만 교수를 선택한 것은 서원대를 중심으로 회자되며 알려진 그녀에 대한 사전정보 때문이다.

그러나 빌더만 교수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과 말미에 “내 얘기는 (생명공학을 전공한) 전문가로서의 공식견해가 아닌 외국인으로서 한국사회를 보는 시각을 비전문가로서 개인적으로 느끼고 경험한 것을 얘기한 것 뿐”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며 “이 얘기를 꼭 써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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