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회 변호사<법무법인 청주로>

▲ 김준회 변호사<법무법인 청주로>
‘펜타포트’는 2007년 가을에 분양된 천안의 주상복합아파트의 이름이다. 이 아파트의 분양회사는 분양광고에서 복합단지인 펜타포트는 주거기능만이 아닌 업무, 상업, 문화위락, 수변공간 등 5원소가 결합한 이상형의 프로젝트 시티라고 선전하면서, 단지내에 현대백화점이 들어서고, 서울의 63빌딩보다 더 높은 싸이클론타워가 건설되며, KTX천안아산역으로 이동이 편리한 무빙워크가 설치된다고 광고했다.

이에 편리한 생활과 고품격아파트로서 프리미엄 형성까지 기대한 소비자들은 인근 아파트보다 평당 200~300만원씩이나 비쌌지만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분양회사가 이들 광고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되자 수분양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분양회사는 본인들이 판 것은 아파트뿐이고 백화점이나 랜드마크타워, 무빙워크 등은 부대적인 시설일 뿐이므로 분양계약의 내용이 아니어서 채무불이행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 광고내용도 계약 내용으로 인정하고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어 분양대금의 18%를 감액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아파트 분양계약에서 허위·과장광고가 있는 경우, 법원이 전에는 분양회사의 책임을 추궁하는데 소극적이었는데, 최근에는 불법행위 책임을 넘어 채무불이행책임까지 묻고 있는 것이다.

상인이 물건을 팔 때 어느 정도의 허위· 과장광고는 용인된다. 그러나 허위·과장의 정도가 도를 넘어서 신의칙상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상술의 정도를 넘는 경우에는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법리이다.

지난 대선에서 복지공약경쟁이 치열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 20만원씩을 지급하겠다는 전향적이고도 선명한 공약을 내놓으면서, 재원마련 등을 철저히 검토하여 만든 것이므로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로써 전통적으로 복지부문 공약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측은 차별화에 실패함은 물론이고 득점이 예상된 부문에서 오히려 실점을 한 셈이 되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공약을 이행할 수 없음을 선언했다.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적용하는 경우, 공약을 할 당시와 현재의 사정이 크게 변동된 것이 없다면 이 공약은 허위·과장공약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공약 당시에 이미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했을 가능성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득표를 위하여 이를 강행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다거나 이를 이행하는 것이 더 큰 국가·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경우 부득이하게 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경우를 막론하고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것 자체는 비판받아야 한다. 특히 허위·과장공약을 한 것이라면 더더욱 비판받아 마땅하고,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하여 그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다.

그런데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를 감액하여 분양회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지만, 허위·과장공약으로 얻은 표는 선거 자체를 무효로 하지 않는 한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데 그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당선되면 모든 것이 묻힌다는 생각으로 허위공약이 난무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복지가 화두가 된 이 시대에 국민들에게 퍼주자는 복지공약은 혜택을 입게 될 유권자에게는 달콤한 마시멜론이고, 후보에게는 눈앞에 수십만 표가 다가오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결국 유권자인 국민의 몫으로 남는다. 헌법에 “국민은 그 어떠한 허위·과장공약에도 현혹되거나 속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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