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성에 사는 병팔씨는 나와 동갑내기로 일반인보다 지능이 좀 떨어지는 청년이다. 집수리 대상자 가정이라고 방문했을 때 집은 거의 폐허 수준이었고, 사람이 기거하지 않는 것처럼 앞마당엔 잡풀이 무성했다.
몇 번의 인기척 끝에 ‘누구요’ 하며 수염 덥수룩한 병팔씨가 출현했는데, 언제 세탁했는지 알 수 없는 때에 절은 의복하며 매무새는 나를 당혹케 했고, 현장 조사를 위해 방문을 여니 작은방 2칸을 터서 한방으로 쓰는 내부에는 양동이, 냄비 등 지붕누수로 인한 물받이용 그릇 10개 정도가 어지러이 널려 있어 사람 사는 형상이 아니었다.1년이 넘게 방구석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지붕이 새지 않는 공간을 찾아 잠자리를 바꾸며 살았던 것이다.
군 보조금 150만원으로는 신축이 불가능하여 난감해 하던 중, 한 동네에 살면서 생계비를 관리해 주던 매형께서 적금통장을 슬그머니 내 놓으셔서 집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병팔씨의 결혼문제를 고려하여 당초 5평형에서 9평으로 확대하여 짓기로 했다.
판넬을 임대하여 기초 콘크리트를 칠 때는 동네사람들이 구경거리라도 난 듯이 우르르 몰려들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감독을 했고, 길이 협소하여 경운기로 레미콘을 날라야 하는 난점까지 겹쳐 9평공사는 900평 공사를 능가하는 소란과 아우성 속에 진행되었다.
저소득층 가옥수리 지원사업은 청원군 자활근로로 시행중이며, 2001년 7월3일부터 12월29일까지 청원군내 50채의 가옥을 무료로 청원자활후견기관에서 위탁 시행한다. 자활근로는 국민기초생활법 상의 조건부 수급자들이 참여해 전문적인 기능이나 고숙련 단계가 아니므로 일반시장의 건축처럼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기대할 수는 없다. 더구나 신축은 조립식이라 하더라도, 철거, 기초 터파기, 바닥콘크리트, 조립식 판넬 세우기, 그보다 먼저 선행되는 설비배관이 있고, 정화조, 보일러, 도배, 장판 공사로 마감하기까지 공종이 다양한 종합건축이다.
자부담 450만원을 들인 600만원짜리 집짓기는 우여곡절과 난공불락의 연속이었다. 그 작업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병팔씨는 조립식 판넬이 완성된 이후로는 줄곧 자기 집을 지키면서 웃음 가득한 행복감으로 잠이 들었다고 했다. 외양이 반듯한 병팔씨의 집은 3주가 지나서야 겨우 완공이 되었다.
집 앞개울에서 주워와 쌓은 현관 앞 돌계단은 어설픈 운치라도 있었고, 지역업체의 후원으로 작업한 도배, 장판은 우리 팀의 20년 도배기술자 유씨 아저씨의 애정이 풀칠에 녹아나 아늑함이 배어 있었다. 아는 분한테 얻어온 중고 씽크대는 개수대에서 물이 줄줄 새어나와 마감이 지난 후까지 속을 썩이기도 했다.
동갑내기라는 이유로 말을 놓은 병팔씨는 최근에 어이없는 질문으로 나를 당황케 했다. “TV 일요일밤의 <러브하우스>에 나오는 집은 굉장히 멋지고 근사하던데 내 집은 왜 이리 작고 볼품이 없어?” 이 질문에 나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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