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밤하늘의 별은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도종환 시인은 시 ‘어떤 마을’에서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로 별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표현했다. 누구나 한 번쯤 학창 시절 들었던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 오프닝 멘트는 거의 모든 기성세대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 있을 만큼 별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가슴속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 여름이 지날 무렵 유성이 떨어지는 우주쇼가 펼쳐진다는 소식에 청주시와 가까운 곳에서 밤하늘별을 사진에 담아 볼 수 있을까 하여 상당산성 남문 광장을 찾았다.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지대가 높고 성곽에 둘러싸여 도심의 불빛을 어느 정도 차단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남문광장에는 늦은 밤인데도 적잖은 사람들이 나와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적당한 위치를 잡고 삼각대를 설치했다. 순간 성곽위로 유성 하나가 떨어졌다. 크지는 않았지만 선명한 선을 그리며 대각선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찍지는 못했지만 위치는 적당해 보였다.

30초 단위로 연속해 셔터를 눌렀다. 이 중 하나만 건져도 성공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세 시간, 디지털카메라로 확인해 본 밤하늘은 어디선가 올라온 불빛으로 인해 노란 구름이 낀 하늘이었고 별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물론 유성도 떨어지지 않았다.

▲ 디지털카메라로 확인해 본 밤하늘은 어디선가 올라온 불빛으로 인해 노란 구름이 끼었고 별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카메라 MarkⅢ, 셔터 30초, 조리개 4.5, 렌즈 16~35㎜, 감도 1600.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은 눈으로 보기에 북동쪽 하늘은 도심에서 비친 불빛이 보이지 않을 거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완전히 암흑 같은 상황에서만 별을 뚜렷하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비를 챙기고 차로 청주 시내로 내려오는 길, 도심 야경이 가로등 상가 골프연습장 등에서 뿜어져 나온 인공조명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먼 산에서 본 청주도심은 낮같은 밤으로 보였다. 이 불빛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봐도 눈에 새겨진 빛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셌다. 별 볼 일이 정말 없게 됐다.

정부는 야간에 과도한 빛을 방사하는 인공조명을 제한하는 ‘빛공해방지법’을 공표했고 올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제대로 실행될지 의문이다. 밤하늘의 별 볼일 있는 날이 도래하길 기대하는 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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