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봉 충북도립대학 홍보담당

▲ 최재봉 충북도립대학 홍보담당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있어서 ‘그냥 좋다’며 좋아하는 특정한 이유를 들지 않고 단순히 넘어가는 경우가 비단 당신만의 경우일까? ‘주는 것 없이 밉다.’는 옛말도 있지만,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데 있어서 어찌 ‘이유 없이’ 미운 사람이 있을 수 있으랴. 이유가 있어도 말하기 민망스럽거나(질투 같은 것) 여타의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있게 사람 미워해도 마음 아픈 세상 ‘그냥’ 사람을 미워하게 되면 이 어찌 야속한 일일까.

좋아함에 있어서도 그렇다. ‘나는 당신이 좋다.’에는 ‘당신‘이라는 객체에 어떤 느낌이나 감정 덕분에 그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이성적이고 분석적일 수만은 없듯, 또한 세상 모든 일이 감성적이거나 감정적일 수만은 없다. 좋아함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나는 손과 발을 다 꼽아도 모자랄, 많은 이유의 수로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당신이 좋은 이유를 아침나절 생각하며 또 나열하며 ‘나는 이 모든 이유로 당신을 좋아한다.’고 아침나절 내 나름의 정리를 끝냈다. 오후에 좋아하는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있는 친구는 좋아하는 그 사람을 가리켜 ‘이상형으로 꼽는 조건에 하나도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내게 말했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이 좋냐’는 나의 질문에, 그 친구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답했으며 심지어 ‘그냥 좋았다.’라고까지 말을 이어 붙였다. 도저히 이성적일 수 없는 그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나는, 나의 그가 좋은 이유를 다시금 이성적으로 생각해본다. 결벽증이 의심될 만큼의 깔끔함이, 나와 너무나 닮아있는 건강을 염려증이, 낭비하지 않는 그가, 나에게 있어서 아낌없는 모습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그의 움직임들을 이유로 그가 좋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본다. 당신을 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단점도 나의 손과 발을 다 꼽아도 모자랄 만큼 꼽을 수 있다. 불친절한 그의 나쁜 언행이, 건강염려증에도 불구하고 건강해질 수 없는 나쁜 습관들을 많이 갖고 있는 그가, 자그마한 스트레스도 잘 받는, 잠도 제대로 잘 못자는 예민한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 급하고 심지어 성질까지 불같은 그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좋아한다.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를 뒤엎을 정도로 당신의 장점이 큰 것인지, 왜 당신이 좋은지를 따져본다.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무니 정리는 더욱 어렵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다. 사랑은 이렇게나 복잡한 것. 이성적일 수만은 없는 것. 내가 머리로는 정리가 되지 않아도 그래도 ‘사랑’ 그것 하나만큼은 확실한 것. 나는 당신이 왜 좋을까? 그래, 내가 졌다. 당신 말이 옳았구나. 그냥 좋다! 그건 아마도 ‘당신’이 ‘당신’이기 때문일 터. 창 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이 가득한 10월이다. 깊어가는 가을, 마음껏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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