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

▲ 김병우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
지난 대선 교육공약의 하나였던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2학기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충북에서는 청주 서현중과 괴산 오성중이 해당학교들이다). 이제 내후년까지는 희망학교들에서, 그리고 2016년부터는 전국 모든 중학교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과정 3년(6학기)중 한 학기를 시험부담 없이 진로탐색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이것이 아일랜드의 ‘전환학기제’와 덴마크의 ‘애프터스쿨’, 스웨덴의 ‘진로체험학습’등을 본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원래 모델은 영국의 갭이어(Gap year)다.

영국의 갭이어는 학생들이 학업을 1년 정도 쉬면서 봉사, 여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체험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는 기간으로, “10대들에게 주는 안식년”으로 불리면서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 아일랜드가 이를 본떠 ‘전환학년(transition year)제’를 시행하고, EU와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도 이를 도입한다. 이들 나라들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대학을 가지 않고 1년 정도 진로탐색기를 갖게 한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 중에도 이를 입학 조건에 넣는 곳이 있을 정도다. 일본도 ‘J-Gap’이라 하여 2011년부터 권장하고 있는데, 동경대는 이를 위해 입학 시기를 9월로 늦추기도 했다.

아일랜드 사례는 몇 해 전 MBC-TV에서 “일 년쯤 놀아도 괜찮아”라는 특집 다큐로 소개된 바 있다. 교육풍토가 우리와 비슷한 아일랜드는 고교입학 전 1년의 ‘전환학년’을 갖도록 해 입시과열 완화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1974년 3개교로 시작해 오늘날은 75%의 학교들에서 53%의 학생들이 참여할 정도로 정착되고 있다. 그 효과는 단지 진로 탐색기회를 갖는 데만 있지 않다. 공부할 필요를 구체적으로 느끼게 해 15%이상의 성적향상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학생들의 과중한 학업부담을 덜어주고자 한 시책은 있었다. 1970년대 초 ‘자유학습의 날’도 있었고, 1995년 김영삼 정부시절 ‘책가방 없는 날’들도 있었다. 그러나 준비와 인식 부족으로 둘 다 한두 해 만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작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행복한 중2 프로젝트’와 서울교육감 후보캠프의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는 자유학기제보다 좀 더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했었다.

교육부의 시안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겨우 한 학기, 그것도 오후 몇 시간 한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하는 점과, 중1이 진로모색에 적절한 나이인가 하는 점도 지적을 받는다. 또한, 관련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도농간 교육격차와, 학부모들의 인식부족으로 자칫 ‘노는 학기’로 변질될 개연성, 그에 따른 사교육 의존 우려도 넘어야 할 산이다. 자유학기에 느슨해진 학습부담이 다음 학기로 떠넘겨질 수 있다는 점 또한 짚어볼 문제다.

자유학기제가 이런 점들이 보완되어 맹목적인 공부에 찌든 우리 학생들에게 꿈을 그릴 여유를 주는, ‘쉼표가 있는 교육’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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